여름임에도 올라갈수록 차가워지는 공기와 먹먹해지는 귀가 알려주는 해발 천 미터의 높이. 사람이라곤 살 수 없을 것 같은 울퉁불퉁한 산길에 웬 여인이 있다? 심지어 무언가로 뒤덮인 요상한 얼굴을 하고 나타나 승윤을 놀라게 하는데... 수줍은 표정에 안심하고 다가가니 오히려 “황토팩 한번 해보실래요?”하고 환하게 웃으며 손에 든 황토를 권하는 자연인 송강희(54) 씨. 다른 사람에게 베풀 때 더 행복한 미소를 보이는 이 여인은 어떤 삶을 지나 이 산에 도착했을까?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자연인. 지금이라면 꽃답다고 할 나이 열일곱부터 자연인은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챙기는 법을 배웠다. 하고 싶었던 미용 기술 공부는 뒷전, 농사로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객지에서 공부하는 동생들의 밥을 챙겼다. 열심히 뒷바라지하긴 했지만 동생들의 세 끼를 책임지는 것은 당시 자연인에겐 버거운 짐이었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한 이른 결혼. 숨통인 줄 알았던 남편은 자주 이런저런 사업을 벌이는 바람에 가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충실한 가장이 되어주지 못했다. 두 아이는 온전히 자연인의 몫이었고, 울 시간도 없이 아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를 악물었다는 이십 대의 어머니. 식당일부터 농사일, 과수원 일까지 힘쓰는 일도 마다 않고 뛰어들었고, 몸이 부서져라 일한 덕에 생계는 유지할 수 있었지만 불규칙한 수면과 식습관, 스트레스로 몸은 날로 약해졌다. 그때서야 돌이킬 수 없게 약해진 면역력을 체감했다는 자연인. 한 움큼씩 머리카락이 빠지고 스트레스성 쇼크로 길바닥에 쓰러지기도 수십 번, 이대로라면 자신과 아이들을 다 잃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어린 아이들의 ‘비빌 언덕’이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살아는 있자’라는 결심이 섰다. 그 후 무조건 ‘더, 더 건강하겠다’는 다짐과 오기가 그녀를 이 산으로 이끌었고, 그렇게 외유내강 여인은 나를 위해, 또 자식들을 위해 천고지 산을 선택했다.
맑은 공기와 탁 트인 풍경만으로도 심신이 치유되는 해발 천고지의 산. 이 안에서 자연인은 더 건강한 삶을 꿈꾼다. 약도 치지 않고 기른 텃밭 작물은 그녀의 자랑거리. 7년산 도라지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어수리, 티베트 원산지의 비타민 나무 등 향과 맛이 극대화된 작물들이 가득하다. 생생한 약초들은 다시 한 번 자연인의 손길을 만나 풍성한 요리로 재탄생한다. 메밀전에 약초를 싸 먹는 메밀 토르티야부터 진하게 우린 약초 물로 끓인 감자옹심이까지. 이 외에도 오븐 없이 구운 빵과 직접 기른 딸기로 만든 딸기잼은 보는 사람의 침샘을 한껏 자극한다. 이토록 건강하고 맛있는 삶이라면 죽을 때까지 살고 싶다는 자연인 송강희 씨의 인생 이야기는 7월 15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