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꼼의 세상

 

그에겐 무슨 사연이 있던 걸까? 젊은 시절 어린 세 아들을 데리고 첩첩산중에 묻힌 남자가 있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거친 산길을 오르내리며 흙과 나무를 날라서 산중에 집을 지은 소진호(65) . 지금은 모두 떠난 이곳을 홀로 지켜오다 보니 산생활 30년째가 되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최소한의 보수만 할 뿐 집을 새로 짓지 않고 세 아들을 위해 동물 모양으로 가꾸던 나무도 지금껏 그 모습 그대로 지켜오고 있는데... 떠올리면 행복한 추억이 켜켜이 쌓여있는 이곳에 있어 오늘도 행복한 자연인 소진호 씨다.

 

어린 시절 그는 늘 스스로 서러웠단다. 혼외자로 태어나 아버지에겐 없는 자식이나 마찬가지였고 형제들 사이에서는 외톨이였던 그는 차마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말을 꺼낼 수가 없어서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부터는 제 앞가림을 해야 했는데 배움은 짧고 특별한 기술도 없었기에 번번이 쫓겨나기 일쑤. 공사현장, 고기잡이배, 공장을 전전하며 외롭고도 고단한 유년을 보냈다. 작업 중에 바다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독풀에 찔려 썩어가는 다리의 생살을 도려내 가며 잘살아보려고 애썼지만, 그의 노력은 번번이 물거품이 됐고 그것은 가장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 동안 피땀으로 일군 어장은 극심한 가뭄 때문에 작물이 다 녹아버렸고 운영하던 꽃집은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정리되고 말았다. 그때마다 어린 세 아이를 안고 울던 아내를 보며 그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리고 결심한 것이다. 오로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산으로 가자고.

 

아내는 꿈꾸던 산중 오두막을 종이에 그렸고 그들은 함께 자재를 날라 손수 집을 지었다. 그것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집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동물 모양으로 나무를 가꿔 꾸민 정원과 흙 밟으며 뛰노는 개, , 염소, 기러기 등 갖가지 동물들. 매일 가파른 산길을 지나 학교에 오가는 일은 고단했지만, 폭포에서 첨벙거리며 아버지와 목욕하던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은 이제 도시 사람이 된 자식들이 일에 지칠 때마다 이곳을 찾게 하고, 그가 옛 모습 그대로 지켜오고 있는 이 숲에서 자식들은 다시 힘을 얻고서 간다.

 

그는 이제 혼자고 비로소 홀가분하다. 폭포 옆에 앉아 막 뜯어와 풀 향내 진동하는 산나물과 약초로 크게 한 쌈 싸서 입에 넣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오직 자신의 건강한 한 끼를 위해서 나물을 말리고, 달이고, 굳히고 몇 날 정성 들여 만들어 먹는 행복을 아느냐고.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깎고, 갈고, 여러 번 기름칠해서 꼭 필요한 물건 하나를 만들어내는 여유의 맛을 당신은 아느냐고 그는 묻는다. 이제야 비로소 가장의 무게를 내려놓고, 지난 30년과는 또 다른 숲의 매력에 푹 빠진 자연인 소진호 씨의 이야기는 2020 07월 01일 수요일 밤 9 50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 다시보기 406회

 

나는 자연인이다 406회 - 내 젊은 날의 숲! 자연인 소진호

이제야 비로소 가장의 무게를 내려놓고, 지난 30년과는 또 다른 숲의 매력에 푹 빠진 자연인 소진호 씨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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