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처럼 깊고 우거진 산속,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던 제작진이 발을 헛딛고 구덩이에 빠졌다? 나뭇가지와 잎으로 감쪽같이 위장된 구덩이는 누가 판 것일까 궁금하던 찰나... 슬쩍 등장해 오히려 구덩이를 보수하라고 장난을 치는 오늘의 자연인, 바로 정수영(52) 씨다. 알고 보니 멧돼지를 잡기 위해 파놓은 구덩이라는데. 고향 땅, 지금은 이 산에서 장난꾸러기 소년의 미소를 찾았지만 사실 한때는 긴 타향살이로 힘겨운 세월을 보냈다는 그. 과연 어떤 사연이 있을까?
강원도 깊디깊은 산골에서 태어난 자연인. 겨울엔 눈밭에서, 여름엔 바위 위에서 썰매를 타며 노는 것이 좋았지만 꿈 많던 어린아이는 괜히 시골이 싫었다. 답답한 고향 땅을 벗어나기 위해 들어간 대학교. 하지만 등록금 낼 형편도 안됐던 그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ROTC에 들어갔다. 그렇게 인연이 닿은 군대에서 직업 군인으로 일한 6년. 안정적인 직장인만큼 결혼도 하고 아들을 낳아 가정을 꾸렸지만... 그는 돌연 전역을 선택한다. 비리를 방관하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원칙주의자 자연인과 맞지 않았던 것. 하지만 밖은 곧 현실이었다. 취직이 안 돼 공사판을 전전했고 겨우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경매 기록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다행히 눈썰미가 좋았던 자연인. 빠르게 돌아가는 경매시장의 생리를 금세 익혀 경매사 시험에 통과했다. 직업은 곧 경제적 안정이었고, 새벽에 일하는 청과 경매사 특성상 낮엔 ‘천냥마트’ 사업도 시작했다. 하지만 운이 나빴던 걸까. 2002년 덮친 태풍 ‘루사’가 추석을 앞둔 물품 창고를 쓸어가 버렸다. 수억 빚을 안은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전기기술을 배웠다. 하지만 ‘돈 받는 재주’가 없어 밥 먹듯 대금을 떼이고 그 스트레스로 지병인 통풍마저 극심해졌다는 자연인. 그때 그는 고향 땅을 떠올렸다. 바깥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뿌린 만큼 행복을 거둘 수 있던 그 땅. 자연인은 다시 그곳으로 왔다.
고향에 돌아온 자연인은 이제 추억과 함께 새로운 행복을 수확한다. 어린 날 잡던 우렁이로 우렁쌈밥을 해 먹고, 친구들과 크기를 재보던 칡으로는 오래 걸리더라도 전분을 내어 칡떡을 해 먹는다. 또 작은 버들치 한 마리를 꼬치에 꽂아 구워 먹으면서도 추억과 함께 먹으면 배부르다고 말한다. 그가 재현해놓은 그 시절 놀이기구들도 큰 재미. 나무 사이를 연결해 만든 집라인뿐만 아니라 바위 위에서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썰매까지 ‘자연랜드’가 따로 없다. 그의 가족인 ‘전주 고씨’ 고양이의 놀거리로는 캣타워까지 만들어준다는데... 숨차게 돌고 돌아 도착한 고향에서 수줍은 웃음을 되찾은 정수영 씨의 이야기는 6월 17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