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꼼의 세상

오래된 소나무가 가득한 깊은 산속. 숨만 쉬어도 건강해질 것만 같은 이곳에서 처음 마주한 건물은 오래된 폐가다.

마치 영화 <곤지암>을 연상케 하는 모습에 오싹하기까지 한데.

으스스한 폐가를 둘러보던 중 갑자기 울리는 방울 소리! 멀리서는 의문의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곧이어 큰 탁자를 번쩍 들고 나타난 한 남자, 바로 자연인 박진하(62) 씨다.

강렬한 첫 만남과 달리 순박한 미소로 대화를 이어가는데. 그는 가끔 실수도 하고 어딘가 엉성해 보이기도 하지만 산에서만큼은 다 잘하는 남자다.

가는 곳마다 어디든 따라온다는 13마리의 호위견을 이끌고 산을 나서는데.

대식구를 이끌고 산을 오르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그가 이곳에 자리 잡은 것은 8년 전 일이다.

 

그는 어린 나이에 대기업 기술직 공채시험에서 합격자 700명 중 수석으로 입사했다.

어려운 형편에도 공부를 열심히 했던 덕분이었다.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다니게 됐지만 얼마 못 가 회사를 나오게 되는데.

1977년 충격적인 이리역 폭발사고가 일어난 것.

사고 직후 회사에 더 있기 싫어 자연스럽게 회사를 나오게 된다.

그래도 공부를 곧잘 했던 그는 곧바로 체신부 시험에 합격해 전화국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안정적이고 벌이가 괜찮던 공기업에서 10년 넘게 일을 하며 성실하게 일한 진하 씨.

그의 이름을 대면 같은 업계 사람들은 다 알았을 정도로 알아주는 전문가가 됐다.

하지만 그는 서른 중반에 돌연 퇴사를 선택했다.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그는 이혼한 아내 대신 어린 남매를 키우기 위해 직장을 관둘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의 밥을 제때 챙기고 곁에 있어 주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낮 시간이 자유로운 직업을 찾아 헤맨 끝에 그는 유료주차장 사업과 여관 사업을 시작했다.

 

가정이 중요하지, 직장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후회는 없습니다. 저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아버지의 인생을 살았을 겁니다.”

 

오랜 세월, 여관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키운 그.

다행히 아이들은 잘 자라주었지만 밤낮이 바뀐 생활로 몸은 점점 나빠져만 갔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머리카락과 눈썹이 모두 빠졌고 눈과 귀도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당뇨와 간 기능 손상마저 심각했는데. 이대로 두면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는 자신을 위해, 건강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자연을 찾았다.

오래된 소나무와 편백이 가득한 깊은 산속. 70~80년대 목장 창고로 쓰이던 곳을 수리해 자신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불편할 줄만 알았던 산골생활은 의외로 잘 맞았다.

눈앞에 펼쳐진 자연을 바라보면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포근해졌다고.

살기 위해 찾아온 자연은 그에게 뜻밖의 건강과 행복을 선물했다.

 

자연에서 잊고 있던 꿈을 찾고 하나씩 이뤄가는 행복에 푹 빠졌다는 자연인.

약초학교에 다니며 배운 지식을 토대로 산속 보물을 찾고 먹느라 바쁜 겨울을 보낸다.

땅속 깊이 자리한 독활과 칡을 캐는 것도 그에게는 큰 재미다.

건강한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 숲을 산책하고 잣을 줍는 것은 중요한 일상이 되었다.

자연인의 겨울 식수는 가래나무 수액이다. 그는 수액을 매일 마시고 심지어는 수액으로 요리도 한다.

수액을 넣어 만든 밥과 국은 자연인이 가장 자신 있는 요리 중 하나.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먹지 않는 그가 선보이는 요리들은 모두 건강 밥상을 떠올리게 한다.

산에서 마음껏 먹고 마음껏 산을 즐기며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볼 수 있어 행복한 남자.

 

 

 

이제는 아버지가 아닌 남자로! 자연에서 다시 태어난 자연인 박진하 씨의 이야기는 2020년 1 8일 방송되었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다 다시보기 382회

 

나는 자연인이다 382회 - 다시 남자로 산다, 자연인 박진하

산에서 마음껏 먹고 마음껏 산을 즐기며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볼 수 있어 행복한 남자. 이제는 아버지가 아닌 남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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