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회 행복한 산골 느림보! 자연인 오성근
매서운 찬바람을 뒤로하고 겨울 산을 오르던 중, 무언가를 자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는데... 혹시 멧돼지일까? 놀란 가슴으로 조심스레 산을 오른 승윤이 만난 이는 폐목 위에서 톱질을 하고 있던 자연인 오성근 (68세) 씨! 157cm, 아담한 키지만 나무를 자르는 모습이며 무거운 지게를 거뜬히 지는 모습에서 산중 생활의 노련함이 엿보이는데... 그는 과연 어떤 사연으로 산을 찾았을까?
16살, 편찮으신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자연인. 그가 처음 한 일은 이발소 심부름꾼. 한창 학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존심도 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던 터. 하루 일당 800원으로 생활비 쓰랴 아버지 약값 마련하랴, 하루 두 끼 먹는 것도 과분했던 생활이었단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고생을 한 끝에 작은 이발소를 하나 열 수 있었고 안정을 찾아갈 무렵, 예상치 못했던 사랑이 찾아왔다. 가게 주인집의 미망인 며느리... 사고로 남편이 죽고 아이를 홀로 키우는 그녀를 보며 애처로웠고 둘은 서서히 사랑을 키워갔다. 하지만 양가의 반대가 너무 심했던 탓에 결국은 헤어지고 말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마음을 주었기에 상처 또한 컸고 3년을 술로 살았단다. 몇 년 후 다행히 친구의 소개로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최선을 다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진 못했다. 게다가 하던 일마저 어려워져갔다. 당시 학원 운전기사 일을 하고 있었던 자연인. 거의 쉬는 날 없이 새벽부터 밤까지 일해야 했는데 문제는 육체적 피로뿐만이 아니었다. 시간에 맞춰 나오지 않는 아이들은 부지기수, 하지만 행여라도 아이들을 못 태우기라도 하면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는 빗발쳤고 심할 때는 욕설에 해고 요청까지... 운행 시간은 맞춰야 했고, 욕은 욕대로 들어야 했기에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단다. 그 무렵부터 꿈꾸기 시작했던 산 생활.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이 되기 전까지 그가 뛰고 놀던 시절. 그때처럼 다시 한번 자유롭고 행복해지고 싶었단다. 그렇게 이 산은 그에게 꿈이었다.
비록 부족하고 불편해 보일지라도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도 편하다는 그. 동심으로 돌아가 새총 놀이도 하고,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기도 하며, 또 겨울철이면 필요한 천연 가습기를 만들기 위해 산을 오르기도 한다. 산이 내어준 것들과 직접 수확한 것들을 나눠 먹는 재미와 소박한 재료로 먹고 싶은 음식들을 만들고 음미하는 행복에 푹 빠진 자연인. 가끔 놀러 오는 동생과 지인들의 머리를 깎아주며 그야말로 평화로운 삶을 만끽하는 중이라는데...
어려서부터 짊어졌던 가장의 무게, 또 매 순간 찾아왔던 인생의 고달픔들을 내려놓고, 이제야 ‘오성근 만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는 그! 그의 이야기는 12월 25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