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3회 아버지의 노래 자연인 이재명
첩첩산중을 무대 삼아, 새들의 지저귐을 반주 삼아 트위스트를 추는 남자! 숨길 수 없는 끼와 흥으로 산중을 장악한 이는 자연인 이재명(68) 씨다. 아코디언, 하모니카, 기타, 장구, 꽹과리로 능수능란한 연주는 기본, 노래 실력까지 출중한 자연인. 뿐만 아니라 요리 솜씨 또한 남다른데... 인디언 감자로 밥을 짓고, 색색깔의 달걀로 각종 달걀요리를 해 먹는다. 연못에 넣어둔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이는가 하면 소금에 묻어둔 멧돼지고기로 김치찜까지! 비오는 날엔 말린 쑥으로 족욕을 즐긴다. 얼핏 유유자적 여유를 즐기는 베짱이 같지만, 사실 그는 틈만 나면 도시에 있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는 억척스러운 아버지다.
그는 아버지 없이 자랐다. 두 살. 아버지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할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생계를 꾸리는 건 홀어머니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려운 형편에도 구김살 없이 노래를 잘하는 아이였다. 가수의 꿈을 꾸기도 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열여섯 나이에 세탁소에서 일을 배웠다. 무거운 쇠 다리미를 들고 팔이 휘어지도록 열심히 살았던 자연인. 그렇게 결혼도 하고 삼남매까지 두게 되었다는데. 그는 가난해서 못 배웠고, 그래서 꿈도 이룰 수 없었던 자신의 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오직 돈을 쫓으며 살았다. 없는 살림에 꾸준히 돈을 모아 세탁소를 차렸고, 번듯한 사장님이 된 것도 잠시. 세탁소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위기를 맞게 되는데...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다단계에 빠지게 된 자연인.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빚더미였던 다단계 사업을 접고,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흘린 땀만큼 벌자는 생각으로 50이 넘은 나이에 LPG 가스 충전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루종일 먼지와 매연을 마셔가며 차량에 가스를 주입하는 일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멈추지 않는 기침으로 병원을 찾았고, 폐렴 진단을 받는다. 어머니도 감기 증세가 심해진 이후 돌아가신 탓에 덜컥 겁이 났다는 자연인. 이를 계기로 돈 버는 기계처럼 살아온 자신의 삶을 재정비하기로 한다. 그의 선택은 산. 자식들도 모두 장성했고, 아내도 허락했으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
건강을 위해 찾아온 산. 하지만 이곳에서 그는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그것은 잊고 있던 어릴 적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자유. 이곳에선 마음껏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해도 괜찮았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한가하게 이럴 때가 아니라는 죄책감도 없었다. 하지만 가족들을 위하는 것은 그의 오랜 습관. 과일나무를 심어 자식들에게 보내고, 손주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닭들을 키우는 자연인. 올 설에 찾아올 가족들을 위해 손수 도라지정과를 만들고 연못 앞에 벤치까지 만들어두기로 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연을 즐기고 있다는 그의 산골생활은 겨울에도 활기를 띠고 있다.
산중의 여유를 그 누구보다 신명 나게 즐기는 자연인 이재명 씨의 이야기는 오는 1월 15일 밤 9시 50분 MBN<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