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꼼의 세상

 

 



한 폭의 수묵화처럼 고즈넉한 산속. 

산비탈 낙엽을 헤치며 산 스키를 타고 내려온 한 남자! 

산중 내공이 느껴지는 그는 지팡이 하나만 들고 온산을 누비는 자연인 박덕선(52) 씨다. 

산이 미치도록 좋아 산에 들어왔고, 이곳에서 매일 재미있는 일을 꾸민다는 개구쟁이 자연인. 

영하의 날씨에 계곡물 입수를 즐기고 산속 얼음 왕국에서 눈썰매를 타는 모습은 마치 소년처럼 느껴진다. 

사계절마다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산속에서 지루할 틈이 없다는 자연인. 

그는 알수록 궁금하고 볼수록 신기한 산의 매력에 매료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65일 산을 오른다. 

심지어 나무를 타다 떨어져 몸의 절반이 부서졌던 때에도 퇴원 후 다시 산을 올랐을 정도라는데. 

산을 향한 그의 남다른 애정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어릴 적부터 산과의 인연은 깊었다. 

심마니 아버지를 따라 산을 타며 생활했던 추억이 많았기 때문인데. 

어린 시절에는 그런 아버지가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집 보다 산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인데. 

덕선 씨가 11살이 되던 해, 결국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자연인과 그의 쌍둥이 동생들은 조부모의 집에 보내졌다. 

식구가 많은 조부모 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더부살이가 시작된 것이다. 

매일 밤, 어머니가 그리워 울고 서러워서 힘들었다. 

하지만 동생들에게 형이자 부모님 역할까지 하기 위해 그는 악착같이 살아왔다. 

중학생 시절부터 안 해본 일이 없었던 덕선 씨는 남들보다 일찍, 바쁘게 살아온 덕분인지 일찍부터 동생들과 독립을 했다.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것만 같던 때, 덕선 씨는 스무 세 살 어린 나이에 아픈 이별을 경험하게 되는데. 

둘째 동생과 함께 저수지로 낚시를 떠났던 덕선 씨. 

한참 재미있게 놀다가 일이 있어 먼저 자리를 뜨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날 밤 동생이 돌아오지 않았다. 

동생을 수소문해 찾던 중, 저수지 낚시꾼의 낚싯바늘에 걸려 떠오른 동생이 발견됐다. 

동생의 사인은 익사. 

동생을 잃은 충격과 죄책감에 2년 동안 폐인처럼 술로 밤을 지새운 덕선 씨.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 원망하며 좌절의 늪에서 헤맬 때, 힘겨워하는 형을 붙잡아 일으킨 것은 남은 쌍둥이 동생이었다. 

먼저 간 동생 몫까지 둘이서 열심히 살자는 동생의 말에 그는 다시 일어섰다. 

정신을 차리고 시작한 첫 도전은 의류 임가공 업체.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직접 발로 뛰면서 회사를 키워갔지만 그도 IMF라는 큰 벽 앞에서는 무너지고 말았는데. 

서른 가장이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는 다시 일어났다. 

길거리에서 바나나도 팔아보고 산오징어 포장마차도 운영하며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크고 작은 실패들도 겪으면서도 쉬지 않고 달린 덕선 씨는 그동안 번 돈을 모두 투자해 장어집을 차리게 되는데. 

결과는 대박이었다.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고 방송에서 대박집으로 소개 될 정도로 성공했다. 

잘 되던 때는 하루 매출이 8천 만 원이었을 정도. 

사장으로서, 가장으로서 안정을 찾을 때쯤 불행은 항상 그랬듯 예기치 않게 그를 찾아왔다.

2010년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쓰나미로 한국으로 장어를 수출하던 지역이 아수라장이 된 것. 

수입경로가 막히면서 개점 휴업상태가 이어지고 결국 10억의 손해를 감수하고 식당 문을 닫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와 이혼까지 하게 돼 두 아이들과도 이별하는데. 

마흔 네 살, 자연인은 더 이상 굴곡진 인생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 생을 포기하려던 순간, 삶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한 사람은 아버지였다.

 

9년 전, 그 길로 아버지를 찾아가 옛날처럼 함께 산을 다니기 시작했다. 

산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살아있음을 느꼈다. 

약초공부는 끝도 없지만 재미있었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산을 보며 어느샌가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아버지와 산을 누비며 함께 보냈던 날들은 그의 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행복 뒤 슬픔은 그의 인생 공식인 걸까? 작년 11,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버려 또 한 번 이별을 경험하게 됐다.

 

숱한 이별의 아픔을 겪고도 그는 산에 남았다. 

오로지 자연만이 자신을 치유해주고 희망과 행복을 찾게 해주기 때문이다. 

산 베테랑 자연인의 발걸음이 닿는 곳에는 진귀한 것들이 가득하다. 

산에서는 희귀한 상황버섯과 해발 1000m 고지에서 자란다는 석이버섯을 볼 수 있고 계곡에서는 뼈를 붙게 해주는 신비한 산골 조개가 있다. 

산에서 보기 힘든 장어를 잡아 직접 손질하고 비법 양념장을 발라 장어구이를 선보이기까지. 

 

 

산속 노하우 가득, 만능 재주꾼 자연인 박덕선 씨의 이야기는 2 5일 수요일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 다시보기 386회

 

나는 자연인이다 386회 - 산! 너는 내 운명 박덕선

산속 노하우 가득, 만능 재주꾼 자연인 박덕선 씨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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