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고개를 하나 넘어야 집이 한 채 나오는 깊은 골짜기.
꽁꽁 언 계곡 위로 쏟아지는 물줄기가 절경인 아름다운 이곳에서 지게를 진 의문의 한 남자를 만났다.
산 다람쥐를 연상케 하는 작은 체구에 수줍은 인상.
마치 도깨비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오래된 집에 살고 있다는 자연인 김희철(66) 씨다.
도시로 떠났던 그가 고향 집으로 돌아온 지 올해로 7년째.
문명과 동떨어진 산중으로 그는 다시 왜 돌아오게 된 걸까.
5남매 중 맏이였던 자연인은 밥벌이를 위해 산골짜기 집을 떠나 도시로 향했다.
먹고사는 데 기술만 한 게 없었던 그 시절, 용접 기술 하나는 제대로 익혔다는 그.
이후 마음에 맞는 여자를 만나 두 아이를 키우며 남 부럽지 않게 살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첫 아이가 6살일 무렵 아내와 갈라서며 어린 두 아들을 오롯이 홀로 키우게 되었다는 자연인.
그렇게 그는 도시의 삶을 정리한 뒤, 두 아이와 함께 고향 인근 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새벽 4시면 일어나 밥을 짓고, 두 아들을 학교에 보낸 뒤 일터로 향하는 숨 가쁜 일상.
반찬 한번 제대로 만들어본 적 없기에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삶은 녹록지 않았고, 꽤 고달팠다.
그렇게 아버지의 의무를 다한 결과 어느덧 두 아들은 장성했지만, 이제 자연인의 시야에 부모님이 들어왔다.
마을에 살면서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올라왔던 산골짜기 집.
아버지를 병환으로 떠나보내고 어머니마저 노환으로 돌아가시자 맏이였던 그는 5대가 살아온 집을 차마 비워둘 수 없었다.
결국 자연인은 43년 만에 산중의 집, 그가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오랜 세월이 녹아든 집에는 디딜방아, 설피, 뱀 집게 등 박물관에 가야 볼법한 오랜 물건들이 가득하다.
또 소나무 뿌리에 자생하는 귀한 복령을 찾는 일도 7살부터 산을 탄 자연인에겐 식은 죽 먹기라는데.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과거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은 옛집.
그리고 그곳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자연인 김희철 씨의 이야기는 2021년 1월 6일 방송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