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아흔다섯 번째 여정은, 서울의 동남단에 위치한 서울 강동구로 간다.
높이 솟은 아파트 사이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강동구는 우리가 몰랐던 서울의 2천 년 역사의 흔적인 풍납토성 안쪽에 위치한 동네다.
언뜻 보면 여느 동네와 다를 바 없어 평범해 보이지만,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저마다 특별한 이야기로 삶의 한 페이지를 그려가는 이웃들이 사는 동네, 강동구를 만나본다.
▶ 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대교,
“광진교 출근길에서 시작하는 95번째 동네 한 바퀴”
강동구로 향하는 길, 광진구에서 강동구를 이어주는 광진교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광진교는 한강을 가로지르는 여느 대교와 달리 차도보다 인도가 넓어, 아침 자전거와 도보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누구보다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도보 출근족들을 만나게 된 배우 김영철.
그들과 함께 서울 강동구로 95번째 동네 한 바퀴 출근을 해본다.
▶ 40년 지기 이웃들의 인정이 꽃피는 “장미 골목”
강동구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반겨주는 풍경은, 가을볕에 폭신하게 무르익은 감나무들이다.
골목골목 이어진 감나무를 따라 걷던 중, 사다리를 타고 장미 접지를 하는 주민들을 발견하게 되는 배우 김영철.
다가가서 물어보니 내년에 장미가 필 시기를 대비해 가지치기하는 중이란다.
이 골목에서 40년 이상 살아오며 이곳을 고향처럼 여기고 아낀다는 주민들.
직접 집을 지어 들어온 골목을 내 손으로 가꾸기 위해 장미도 심고, 파이프를 구해다 아치형 장미 터널까지 만들었단다.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 모두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20년이 넘도록 변치 않고 골목을 꾸미는, 그야말로 골목 지킴이들이다.
주민들의 손길이 가득한 골목에서 자매, 형제같이 지내는 동네의 이야기를 듣고, 가을을 맞아 주렁주렁 열린 감까지 오가는 사람들에게 나누는 인심을 만나본다.
▶ 2천 년 서울의 역사가 담긴 성안의 동네 “풍납토성 안의 강동구”
골목을 나와 큰 도로로 나온 배우 김영철. 우연히 높이 솟은 빌딩 숲 사이, 고분처럼 거대한 봉분을 발견하게 된다.
서울 한복판에 봉분이라니, 대체 정체가 뭘까? 알고 보니 무려 2천 년이 넘은 옛 백제의 성곽 ‘풍납토성’이란다.
한강을 끼고 반타원형 모양으로 마을을 두른 것으로 추정되는 풍납토성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서울의 오랜 역사를 알려주는 동양 최대의 판축토성.
그 토성 안쪽에 위치한 동네가 더욱 궁금해지는 배우 김영철. 다시 동네 기행을 떠난다.
▶ 서울 여행 핫플레이스 “따뜻한 이야기가 흐르는 만화 거리”
길을 걷다 우연히 벽화들이 이어진 골목을 만나게 된다.
여느 벽화길과 달리 이야기가 이어지는 벽화 골목으로, 저마다 메시지도 남다르다.
동네 주민들끼리 안부를 묻는 벽화부터 골목 끝을 지키고 있는 사자 머리 문고리까지, 하나하나 사람들의 자취가 담긴 벽화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단순한 벽화가 아닌 동네의 이야기가 담겨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골목을 걷게 되는 배우 김영철.
그러던 중 골목 끝에서 삼각대를 놓고 사진을 찍고 있는 한 커플을 만나게 된다.
무엇을 하는지 물으니 이 골목을 배경으로 셀프 웨딩 촬영을 하고 있단다.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기보다 평소 좋아하던 골목에서 생애 한 번뿐인 웨딩 사진을 찍고 있다는 예비부부.
예비부부가 반한 벽화 앞에서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사진을 찍어주고 다시 길을 나선다.
▶ 이발소에서 떠나는 시간여행! 백발 헤어 디자이너의 “추억 박물관”
벽화 골목에서 벗어나 오래된 건물에 새로이 단장한 젊은 가게들이 늘어선 길을 걷게 되는 배우 김영철.
낡은 건물을 더욱 빛나게 하는 세련된 가게들의 조화에 잠시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그러던 중, 잘 관리된 오래된 이발소 하나를 발견한다.
안을 들여다보니 백발의 신사가 머리를 깎아주고 있는 모습! 안
에 들어서니, 머리를 깎는 손님은 20대 젊은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발 기술을 배워, 호텔 이발소를 거쳐 일본에까지 스카우트 되어 갔다는 백발의 이발사.
덕분에 머리 하나를 깎을 때도 10개에 달하는 기계를 사용하는 세밀한 기술을 배우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능숙하게 해낼 수 있었단다.
50년 경력 이발사인데도 실력은 팔팔한 20대 못지않은 센스를 겸비한 주인장 때문에 젊은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온단다.
한편, 백발 헤어 디자이너 못지않게 이발소 역시 독특한 모습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온 듯 오래된 물건들이 반기는 이발소 내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오래된 포스터와 전화기, 50년 동안 쓴 이발 기구를 모아두는 게 주인장의 취미란다.
골목 헤어 디자이너 어르신의 유쾌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조금은 특별한 이발소를 만나본다.
▶ 암사동 주민들이라면 페인트가 무상제공! “셀프 인테리어 공방”
집집마다 심어진 감나무를 따라 암사동 골목을 걷다 수레에 의자를 싣고 가는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어디를 가시는지 여쭤보니, 40년간 사용하던 의자를 수리하기 위해 공방에 가시는 중이란다.
잠시 손을 보태드리며 도착한 곳은, 주민들에게 상담을 통해 무료로 페인트를 제공하고, 인테리어 기술을 알려주는 사회적 기업이다.
도시 재생 지원을 위해 주민들이 자유롭게 찾아올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업이 서울시의 도움을 받아 개방해둔 공간이란다.
이곳에서 인테리어 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벌써 2년 차 학생이라는 할머니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남긴 집을 손수 가꾸기 위해 처음 이곳에 찾아왔단다.
할머니와 함께 가져온 의자를 수리하고 색을 입혀 재탄생시키는 시간을 가져보는 배우 김영철.
공방 한편에서 페인트칠은 물론, 목공을 배우는 주민들을 만나보고, 강동구의 소소한 일상을 돕는 착한 도시 재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 엄마, 아빠의 마음으로 만든다! “부부의 건강 빵집”
발걸음을 옮기던 중, 유모차에 앉아 팝콘 통만큼 큰 카스텔라를 들고 먹는 어린아이와 엄마를 만나게 된다.
궁금한 마음에 물어보니 바로 옆 빵집에서 빵이 갓 구워져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란다.
빵집 안으로 들어서니 남편이 빵을 굽고 아내가 판매하는 모습이다.
꿀과 밀가루를 섞어서 만든 천연 발효종으로 모든 재료를 만든다는 이 집.
특히 주메뉴인 대왕 카스텔라와 치즈 브리오슈는 삶은 감자와 찹쌀을 갈아 만들어 몸에 좋고 맛도 구수해 동네 사람들에게 인기란다.
천연 발효종을 사용해 오랜 시간 걸려 빵을 만들다 보니 온종일 빵을 굽는 이 집에는 특별한 사연이 숨어있다.
바로 10년 전 딸 아이가 갑자기 희소병을 앓게 되면서 건강빵을 굽기 시작했다는 것.
아이를 위해서라도 돈을 위해 만드는 빵보다는 아픈 아이를 비롯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빵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재기하게 된 부부.
내 아이를 위해 만드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빵을 빚는 부부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 아파트촌 가운데 코스모스밭이 생긴 이유 “마을 정원사들이 떴다!”
동네 기행을 이어가다 아파트촌 가운데 넓게 펼쳐진 코스모스밭 앞에 절로 발길이 멈추게 되는 배우 김영철.
한들한들 핀 코스모스 구경에 푹 빠져있다가 마침 꽃밭을 가꾸는 주민들을 만나게 된다.
알고 보니 이곳은, 주민들이 정원사 수업을 받으면서 버려진 빈 땅에 씨를 뿌리고 가꾼 코스모스밭이란다.
이제는 마을의 명물이 되어 옆 동네에서도 구경 오는 곳이 됐다는 장소.
그 코스모스밭 한쪽에는 한 뼘짜리 정원들이 잘 가꿔져 있다.
우리 식구만을 위한 텃밭을 일구기보다, 동네 전체를 위해 손을 걷고 정원사로 변신해 동네 전체가 즐거운 정원을 만들게 됐다는 주민들.
삭막한 동네를 다채롭게 재탄생시켜 암사동 모두를 위한 정원사가 된 주민들을 만나본다.
▶ 46년 인생이 담긴 뚝심의 맛 “수제 전병 가게”
계속해서 발걸음을 내딛던 중, 골목 끝에서 눈길이 머무는 한 가게를 발견한다.
간판은 옷가게인데 가게 앞에는 추억의 전병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안에 들어가 보니 빨랫줄 같은 선에 짤주머니를 걸어놓고 손으로 직접 돌려가며 굽는 수동식 기계로 전병을 굽고 있는 65세 주인장을 만나게 된다.
이제는 과자 구워지는 온도를 얼굴을 대고도 알 수 있을 만큼 과자 굽는 일로 평생을 보냈다는 주인장.
종일 기계 앞에 앉아 허리 한 번 펼 틈도 없이 과자를 구워내고, 뜨거운 불 앞에서 땀범벅이 되지만 과자 만드는 일이 행복하단다.
이 과자를 구워서 자식들 키워내고, 번듯한 간판 하나 없어도 46년간 찾아주는 단골들이 있어, 몸은 고돼도 마음은 편하단다.
쉽게 만드는 과자는 그만큼 맛이 떨어진다며 모든 과자를 수동으로 만드는 뚝심이 담긴 주인장의 인생 전병을 맛보고, 어릴 적 아빠가 사다 주시던 생과자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 거꾸로 간판에 놀라고 그 맛에 반하는 “모자의 이북식 순댓집”
골목길을 따라 걷다가 특이한 간판을 발견하고 멈춰 서게 된다.
글씨는 거꾸로인데 전화번호는 똑바로 쓰여 있는 간판. 어찌 된 영문인지 알아보러 들어가 보니 어머니와 아들이 운영 중인 이북식 순댓집이다.
30년 전, 아이들 학비라도 벌어보자는 마음으로 식당 일을 하던 어머니가 차리게 된 가게란다.
식당 일을 도우며 어깨너머 배운 솜씨로 이북식 순대를 익혀 자신만의 특별한 맛을 더했다는 어머니.
가게를 차리면서 가족회의를 통해 특별한 간판을 달자는 아이디어로 글씨를 거꾸로 내걸었단다.
처음엔 간판이 특이해서 찾아오던 손님들이 이젠 소 안에 땅콩을 넣어 고소한 맛을 더한 어머니의 순대 맛에 반해 단골이 됐단다.
아들을 위해 가게를 시작한 어머니와 이제는 어머니를 도와 함께 가게를 책임지는 아들의 사연을 만나고, 모자의 정성이 담긴 순댓국 한 그릇을 맛본다.
2천 년 서울의 역사를 품은 골목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동네,
서울 강동구의 이야기는 2020년 11월 7일 방송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