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 물길 따라 풍요를 머금은 땅, 영남의 젖줄 금호강이 흐르는 영천에는 강변마을의 추억도 함께 흐른다. 오랜 자리를 지켜온 이웃들이 나무처럼 뿌리내린 곳. 그리운 고향의 정취가 짙게 배인 영천에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여든 여덟 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강변마을 추억을 주워 담는 ‘고디’ 잡이
금호강의 제 1지류인 자호천에서는 바짓단 야무지게 걷어붙이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어머니들을 만날 수 있다. 청정 일급수에서만 산다는 다슬기를 경상도식으로 ‘고디’라 부르며 요리조리 강바닥을 살피는 모습들이 참 정겹다. 옛날 방식 그대로 탱자나무 가시를 따다가 고디의 속살을 발라내고, 별미 가마솥 고디탕을 끓이는 풍경. 배우 김영철은 향긋한 고디 내음과 함께 즐거운 추억 한 바퀴를 시작한다.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숲, 오리장림
예로부터 5리(2km)에 걸쳐 뻗은 숲이라 하여 이름 붙은 자천리의 오리장림은 평균 수령이 150년 이상 된 아름드리 거목 300여 그루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마을에 들어오는 나쁜 기운은 막고, 길함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이 수구막이 숲에는 나뭇잎이 무성하면 그 해에 풍년이 든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김영철은 녹음이 우거진 숲길에서 남은 2020년의 시간에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본다.
▶고향을 지키는 종택지기 부부 이야기
고즈넉한 마을길을 걷다 만난 천도복숭아 밭. 이곳에는 낯선 이에게도 인심 좋게 복숭아 한 알 건네는 이장부부가 있다. 밭일을 끝낸 뒤엔 집이 아닌, 마을에 하나 남은 종택으로 발길을 돌린다는 부부. 경주 김씨 집성촌인 이 황강마을에 남은 16대 종손이다. 집안 어르신들이 북적이던 어릴 적의 풍경은 이제 볼 수 없지만, 여전히 뿌리내린 나무처럼 고향 터를 지킨다는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일곱 지팡이에 담긴 할아버지의 순애보
더운 날에도 옥수수 찌는 가마솥 연기가 정겹게 피어오르는 정동수 할머니 댁.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현관에 서있는 나무지팡이 7자루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손수 나무를 베고 다듬어 아내를 지켜줄 지팡이를 만들었단다.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재산목록 1호 지팡이’와 함께. 오늘도 정동수 할머니는 그리운 60년의 날들을 추억해 본다.
▶3대의 뜨거운 세월이 우러난, 소머리 곰탕
무덥기로 소문난 영천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곳. 영천시장에는 집집마다 커다란 무쇠 솥을 걸고 24시간 뽀얀 국물을 우려내는 곰탕 골목이 있다. 그 중에서도 할머니부터 어머니, 두 남매에게까지 3대가 뚝심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한 소머리 곰탕집. 잡냄새 하나 없이 끓여낸 곰탕의 비법은 아마도 오래도록 한 가지만 바라보고 걸어온 그 시간이 아닐까. 배우 김영철은 3대의 세월이 담긴 소머리 곰탕을 맛본다.
▶아름다운 숲에는 아이들이 자란다, 임고초등학교
졸업생들이 하나둘씩 떠나며 심어두고 간 나무가 숲을 이룬 곳. 든든히 자리를 지키는 나무들은 어느덧 학교와 함께 100년의 생일을 앞두고 있다. 어린 시절 기억이 샘솟는 초등학교 교정에서 마침 체육 수업 중인 4학년 아이들. 이 동네는 도시 학교처럼 외동이나 둘이 아닌, 다둥이들이 함께 학교를 다닌단다. 배우 김영철은 푸르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짧지만 소중한 추억여행을 떠난다.
▶바가지에 담긴 논두렁 새참의 추억! 들밥 한 상
산골 한적한 마을에서는 빨랫줄에 바가지를 말리는 독특한 풍경을 만난다. 땀 흘려 일하는 어르신들께 건강한 음식과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조정숙 어머니. 직접 텃밭에서 키운 재료들을 따다가 담백하게 볶아내 금세 들밥 한 상을 차려낸다. 들판에서 바가지 박박 긁으며 새참을 먹던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 배우 김영철은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들밥 한 상에서 소중한 시간을 선물 받는다.
물길 속에 숨어있는 어릴 적 추억을 발견하고, 강변길 위로 새로운 기억을 쌓아가는 동네. 오랜 역사를 담고 있는 강물처럼, 깊은 삶을 간직한 영천 이웃들의 이야기는 9월 19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88화. 추억이 흐른다, 강변마을 - 경북 영천] 편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