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여든다섯 번째 여정은, 울산광역시로 간다. 한반도 동남단에 위치한 울산은 1960년대부터 개발을 시작해,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업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번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만난 울산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매력을 품고 있는 곳이었다. 공업 도시라는 얼굴 뒤에, 오랜 역사와 고즈넉한 힐링 스팟, 여행을 떠나고 싶은 모습이 그득했고, 그 안에선 울산을 더욱 빛나게 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며 쉼 없이 달리고 있었다. 공업 도시란 타이틀 아래 숨겨진 아름다운 풍경과 천혜의 환경이 있는 곳. 그리고 언제나 활기찬 사람들이 사는 동네. 한 번 가보면 꼭 다시 찾아가고픈 울산으로 떠나본다.
▶ 울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곳
“울산대교 전망대”에서 시작하는 동네 한 바퀴
언제나 부지런한 동네. 울산의 활기찬 풍경을 한눈에 보기 위해 이른 아침 울산대교 전망대로 발길을 옮긴다. 울산 화정산 정상에 위치한 울산대교 전망대로 오르는 길. 아침부터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배우 김영철을 유쾌한 웃음으로 맞아주며 반기는 시민들. 그들의 응원에 힘입어 울산대교 전망대를 단숨에 오른다. 높이 63m 해발 203m의 울산대교 전망대. 그 정상에 서니 가슴이 탁 트이듯 상쾌한 바람과 병풍처럼 둘러싸인 울산의 풍경이 맞아준다. 울산 7대 명산이 늠름하게 펼쳐져 있고, 그 아래로 드넓은 바다, 그리고 중앙으론 2015년 5월 개통한 국내 최장이자 세계에서 3번째로 긴 단경간 현수교인 울산의 랜드마크 울산대교가 서 있다. 그 위론 부지런한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모습. 이곳에서 울산에서의 첫 여정을 시작한다.
▶ 울산을 가로지르는 태화강과
그곳을 더욱 아름답고 활기차게 채우는 울산 사람들
울산의 중앙부를 지나 동해로 흘러드는 태화강. 과거 산업 개발의 여파로 생태적 훼손과 오염에 시달렸지만, 2000년대 울산시와 시민들의 정화 노력으로 이젠 울산 시민들의 힐링지로 다시 태어났다. 여름을 수놓은 형형색색의 꽃밭을 지나 십리대밭교 위에서 바라본 태화강은 무더위를 가라앉히는 도심 속 숨 터다. 지난해 11월 울산을 찾았던 배우 김영철은 겨울의 문턱에서 바라본 태화강과 한여름에 만난 태화강의 사뭇 다름을 느끼며, 여름의 녹음을 품고 태화강을 더욱 활기차고 아름답게 가꿔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잠시 산책을 한다.
▶ 나이야가라~! “태화강변, 아흔 살 대장과 할머니 태권도 부대”
태화강변을 감상하며 걷던 중 우연히 듣게 된 우렁찬 기합 소리. 어디에서 나는 소린가 해서 찾아가 보니 태권도 부대가 훈련 중이다. 멀리서는 웬 청년들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보니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들이 빨간 띠, 노란 띠, 파란 띠를 허리춤에 동여매고 힘차게 훈련 중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어르신 한 분. 올해 아흔을 훌쩍 넘긴 빨간 띠의 할머니다. 9년째 꾸준히 태권도를 수련해 빨간 띠를 따내고 건강을 되찾고 있다는 어르신과, 부모님을 떠올리며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는 관장님. 활기차고 훈훈한 태권도 어르신들과 만나 기운을 얻고 다시 길을 나선다.
▶ 울산 도심 한복판에 동굴이 있는 이유 “남산 동굴”
태권도 할머니들을 만나고 돌아서는 길, 우연히 마주친 한 동굴 입구. 도심 한가운데 어떻게 생긴 천연 동굴인가 싶어 안으로 들어가 본다. 알고 보니, 1942년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이 전시상황에 대비해 울산비행장을 군용 비행장으로 개조하면서 각종 군수 물자를 보관하기 위해 산에 만들었던 동굴이란다. 당시 울산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만든 이 동굴에는 울산 시민들을 수탈해 얻은 쌀, 비녀 등이 있었다는데...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동굴에서 울산의 오래된 아픈 역사를 되새겨본다.
▶ 간판 없이 40년을 이어 온 한 뼘 가게 “계단 아래 칼국숫집”
이제 울산의 원도심으로 발길을 옮긴다. 지금은 신도시 개발로 상권이 많이 침체했지만, 예전엔 노동자들이 많이 오고 가던 원도심의 시장통. 그곳에서 가장 후미진 골목 끝, 이름도 없이 메뉴 이름만 내걸고 장사하는 손칼국수 가게를 발견한다. 다섯 명만 들어가도 꽉 차는 좁은 가게에서 테이블 하나, 손칼국수 밀대 하나를 놓고 장사하는 할머니. 변변한 간판 하나 없이 40년 동안 계단 아래 골목 끝에서 장사하다 보니 손님들이 “계단 아래 칼국숫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단다. 40년 전 울산이 공업 도시로 개발되면서 생계를 위해 하동에서 왔다는 주인 할머니. 남편과 함께 연탄 공장을 다니던 할머니는, 남편이 공장에서 사고를 겪고 난 후 시어머니와 남편, 자식 셋을 먹여 살리기 위해 가장이 되어야 했단다. 그때 할머니가 처음 시작한 일이 바로 칼국수 장사. 본인 사는 살림도 빠듯했지만 찾아오는 손님마다 가족 같은 마음에 늘 많이 퍼주셨단다. 아직도 단돈 4천 원에 넘칠 만큼 칼국수와 정을 퍼주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도심에서 발견한 보물! 울산에 단 한 채 남은 “75년 된 한옥 민박집”
시장통을 벗어나 원도심에서의 여정을 이어간다. 그러다 우연히 <추억길> 이란 이정표를 발견하게 된다. 시간 여행을 온 듯 이정표를 따라 골목길을 들어서자 옛 정취가 느껴지는 울산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배우 김영철. 그곳에서 옛 가수 고복수의 동상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긴다. 그리고 길 끝에서 잘 가꾼 한옥 한 채를 발견하게 된다. 활짝 열린 대문 안을 들여다보니 지붕처럼 뒤덮인 포도 넝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에 들어가 들은 건, 이곳이 울산에 유일한 도심 속 한옥 민박이란 사실. 3년 전 이 집을 알게 된 지금의 관리인이 폐허 같던 집을 닦고 빛내 도심 속 한옥 민박으로 이어가고 있단다. 전문 민박집이 아니다 보니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한 번 인연이 닿으면 한옥의 정취에 빠져 또 온다는 곳. 울산 도심 한복판, 보물처럼 지켜가는 한옥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본다.
▶ 매력 넘치는 울산의 바다 “해송밭과 천년 전설의 대왕암”
원도심을 잠시 벗어나 울산대교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쪽 바다를 향해 발길을 옮긴 배우 김영철. 그곳에서 바다보다 먼저 반기는 건,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수백 그루의 키 큰 소나무밭이다. 그 옛날 말을 키우던 터라, 오랜 세월 말똥을 양분 삼아 울창하게 자랐다는 소나무들. 어느새 울산을 대표하는 힐링 스팟이자 해송 숲이 됐단다. 이곳의 소나무들은 순수 우리말로 “곰솔”이라 불리는 해송들. 껍질이 까맣고 키가 큰 곰솔밭을 걸으며 바다로 발길을 이어간다. 소나무 길이 끝나는 자리. 두 눈을 부시게 하는 비경을 만난다. 바로 대왕암이다. 삼국통일을 이룩했던 신라 30대 문무대왕 왕비가 죽은 후, 문무대왕을 따라 해룡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이곳에 묻혔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장소. 푸른 바다 위 바위섬에서 천년 전설을 되새기고, 파도가 빚은 예술품과 같은 풍경을 벗 삼아 울산의 바다를 만끽한다.
▶ 울산 바다를 터전 삼은 “해녀 8총사의 노천 해산물 포차”
대왕암 비경을 보고 나서는 길, 신기한 풍경을 발견한다. 바로 해녀들이 파라솔과 작은 평상을 펴놓고 바다에서 막 물질을 해온 해산물을 팔고 있는 난전이다. 바다 가까이 내려가 보니 막 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돌아오고 있다. 울산 앞바다 바위에 자리를 깔고, 그날그날 물질해온 해산물을 판다는 해녀 군단. 8명의 해녀는 모두 가족 같은 사이로 수십 년 함께 해오며 지금의 해녀 포차를 이어오고 있단다. 철썩대는 파도 소리와 망망대해 너른 풍경을 벗 삼아 해녀들의 인생이 담긴 한 상을 맛보고 돌아온다.
▶ 애처가 남편의 사랑 갤러리 “보리밥 식당”
다시 동네로 발길을 옮긴 배우 김영철. 작은 텃밭과 푸릇푸릇한 풍경들을 보다가 우연히 직접 쓴 간판이 눈길을 끄는 한 보리밥 가게를 만난다. “희망으로 가는 문”이란 가게 앞 이정표를 따라 안에 들어가 보니, 소박하지만 개성 있는 내부 풍경이 펼쳐진다. 구름을 직접 그린 천장부터, 다양한 그림들까지 작은 갤러리와 같은 모습
이다. 보리밥집에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보니, 미술학도를 꿈꿨던 남편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란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한 초상화. 천으로 가려졌던 캔버스를 여니 얼굴 없는 여인이 있다. 6년간 아내의 초상화를 그리며 얼굴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남편. 본인을 따라 고향인 강릉을 등지고 울산까지 와 타향살이하면서 고생을 하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가게를 꾸미고 초상화를 그렸단다. 또한, 보리밥과 함께 나가는 채소들 역시 가게 옆 텃밭에서 남편이 손수 길러 아내의 일손을 거들고 있단다. 언제나 아내 생각뿐인 남편과 한여름 주방일로 땀범벅이 되면서도 힘든 내색 한번 없는 아내. 부부가 사랑으로 꾸려가는 보리밥집을 만나본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매력이 넘치는 동네. 다시 찾아가고 싶은 울산의 이야기는
오는 8월 29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85화. 다시 가고 싶다 – 울산광역시] 편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