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옛이야기를 간직한 북한강으로 떠나다!
화천부터 춘천, 가평까지 강물 따라 맛보는 강변 별미
물길이 품은 기억들을 만나는 시간
북한강 상류 청정지역의 13대 토박이를 만나다 – 화천
금강산 옥발봉에서 시작된 북한강은 화천군 북동쪽으로 흘러들어, 화천군 남쪽을 가로질러 춘천으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화천의 모든 개울은 북한강으로 유입된다.
대부분의 지역이 산악지형인 화천은 강원도에서도 특히 인구가 적은 지역이며. 그 덕에 이름난 청정지역으로도 손꼽힌다.
정연경(65) 씨는 병풍마을에서 나고 자라 13대 째 같은 집터에서 대를 이어 오고 있다.
젊은 시절 외지에 나가 있을 때도 부모님께서 남겨주신 논밭을 가꾸느라 주말마다 왕복 1시간 30분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왔다.
다섯 형제 중 막내인 그는 ‘이제 고향을 지키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형님들의 권유에 옛집을 허물고 새로 지어 다시 정착하게 되었다.
기억의 시작에 북한강이 있다는 연경 씨.
옛날 북한강은 수위가 높아 다리 위에서 다이빙을 하며 놀아도 안전했단다.
마을 친구들과는 부모님들도 서로 알고 지내며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
요즘 같은 무더위엔 친구들이 모여 강가로 나가 피라미(부러지), 동자개(빠가사리)를 잡는 재미에 흠뻑 빠져 산다고.
천렵으로 땀 흘린 마을 사람들을 위해 마을 부녀회장 이점선 씨가 커다란 솥을 꺼냈다.
그러더니 살코기가 안 들어가는 돼지국밥을 만들어주겠다는데.
살코기 한 점 없는 돼지국밥이라니? 머릿고기와 내장만으로도 동네 사람들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얼갈이돼지국밥이 있단다.
내장 중에서도 제일 맛이 좋다는 오소리감투(돼지의 위)도 병풍마을에선 다 같이 나눠먹는다는데.
동자개(빠가사리)김치찜, 피라미푸럭탕, 피라미양념찜까지 한평생 북한강과 함께한 토박이들의 밥상을 만나보도록 한다.
북한강 따라 옛 물길 되살리는 카누 여행 – 춘천 의암호
의암호는 북한강 줄기의 중간쯤에 있는 인공호다.
1967년 의암댐이 건설되면서 북한강과 소양강의 풍부한 수량이 가두어지면서 생겨났다.
의암호에는 위도, 중도, 붕어섬 등 하중도가 발달돼있고. 그 주변으로는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작은 물길이 여럿 뻗어있다.
공학박사인 장목순(54) 씨는 동료 박보영(54) 씨, 정호진(62) 씨와 함께 카누를 직접 만들고 그 배로 북한강을 누빈다.
여기에 카누팀 감독 출신인 현승무(52) 씨가 합세하면서 모임은 더 깊어지고 탄탄해졌다.
요즘 그들은 잊혀진 북한강 물길을 되살리는데 열중하고 있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배를 타고 한강까지 가는 일이 흔했기 때문.
그렇게 카누를 타고 가다보면 옛날에 강가에서 사금을 캤던 곳이 있다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말조개가 살고 있다고.
그런데 요즘 그들이 북한강에서 수상(水上)한 거래를 한다는데?
카누를 타고 강변에 사는 신매리 이웃과 강물 위에서 만나 농산물을 건네받기 때문이라고.
이렇게 받아온 채소들과 함께 말조개로 전을 부치고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모래무지로 찜을 요리한다.
그리고 춘천하면 생각나는 닭갈비는 원조가 따로 있다는데.
오로지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하여 숯불에 구워낸 닭불고기란다.
북한강이 품고 있는 옛이야기들을 만나보고 북한강변에서 나는 것들로 밥상을 차려본다.
북한강 하류의 대농갱이 어부 – 가평
가평(加平)은 이름에서도 엿보이듯 평화롭고 호젓한 곳이다.
오래전엔 성종과 연산군의 휴양지이기도 했다고 전한다.
남한강과 만나기 전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의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가평 근처의 북한강에는 참게며 쏘가리부터 동자개, 대농갱이, 다슬기까지 다양한 토종 물고기들이 가득하다고.
이경수(60) 씨는 그런 가평 지역 북한강의 대농갱이 어부다.
초등학교(국민학교) 시절부터 형을 따라 북한강을 누볐다는 그는 눈을 감고도 북한강 곳곳 어느 지점에서 어떤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지 손바닥 보듯 훤히 안다고 한다.
젊은 시절 서울과 하남에 살면서 개인용달과 택시기사로 일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어부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 어복도 있는 편이란다.
배 위에서 그물을 다 털어낸 경수 씨가 집과는 반대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린다.
그가 잡은 물고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라고. 생활개선연합회원들의 요리모임이 있단다.
가평 토박이인 박화영(58) 씨는 어릴 적 소를 데리고 나가면 소가 풀을 뜯는 동안 개울가에서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낚싯대로 물고기를 잡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민물고기가 익숙하다고. 제일 자신 있다는 대농갱이매운탕을 선보인다.
여기선 매운탕을 이것 저것 전부 털어 넣는다고 해서 털랭이매운탕이라고도 부른단다.
박미숙(62) 씨는 누치(눈치)조림을 만들며 어린 시절 추억을 꺼낸다.
냇가 바위에 소금 간을 한 누치를 널어둬 꾸덕해지면 집으로 가져와 조림을 해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단다.
반나절을 푹 고아야 완성된다는 메기곰국은 권오경(60) 씨가 요리한다.
마흔 살, 늦둥이를 낳은 오경 씨에게 시어머니가 정성을 담아 만들어 주신 음식이었다는데.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뿔처럼 억세고 단단해 다루기 힘든 쏘가리는 이경수 씨가 실력을 발휘하여 회를 뜬다.
이렇게 가평의 북한강이 내어준 민물고기로 가득한 밥상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