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고요한 바다.
배를 타고서 짙푸른 바다 위를 20분여 달렸을까.
갑자기 섬의 시작과 끝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무인도가 나타났다.
해변 한가운데, 마치 동화 속에서 본 듯한 빨간 파라솔이 펴진 집 한 채. 자연인이 사는 곳이 분명한데, 집주인은 도통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섬 뒤편으로 돌아서자 걸쭉한 뻘밭 위를 유유자적 노니는 한 사나이를 만났는데.
이 사람이 바로 자연인 박종인(63) 씨다.
꽁지머리를 질끈 묶고 ‘뻘배’가 자가용이라는 이 남자.
사람이라곤 오로지 자기 자신뿐인 섬에서 살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하루에 버스가 두 번 다니는 심심산골 오지에서 3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자연인.
주로 뒷산에 올라 소에게 풀을 먹이거나 개울가에서 민물고기를 잡으며 멱을 감던 풀 내 나는 유년 시절을 보냈던 그는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부모님의 품을 떠나 도시로 첫발을 내디뎠다.
서울의 한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 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자연인. 풋풋했던 산골 소년은 어느덧 어엿한 도시인이 되었지만, 도시의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듯 그에게도 쉽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치열한 IT 업계에서 30년간 몸담아 일했던 자연인.
늘 하고픈 것이 많아 별명도 ‘하고재비’였던 그는 정년을 5년 앞두고 결심했다.
은퇴 후의 삶은 내가 원하는 것들로 채우겠노라고.
술을 워낙 좋아해 전통주 담그는 법을 배우고 자연치유를 공부하며 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도 땄다.
그렇게 행복한 노후를 그려가던 어느 날, 느닷없이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명절 때만 간간이 얼굴을 비췄던 그였기에 이제라도 동생들을 대신해 장남 노릇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예정에도 없는 ‘고향 살이’가 다시 시작된 자연인.
곁에서 어머니를 보살피며 고향 땅에서 마음 편히 보내던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지금의 무인도를 알게 됐다.
육지에서의 삶이 전부였던 그에게 찬란한 바다와 사람 없는 무인도는 자신이 은퇴 후 꿈꾸던 삶을 그려내기에 완벽한 장소였다.
어머니와도 그리 멀지 않은 거리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그렇게 그는 망설임 없이 무인도 라이프에 뛰어들었다.
바다 풍경이 보이는 화장실을 멋들어지게 짓는가 하면, 증류주를 직접 내려 마시는 등 하고 싶던 일을 하다 보니 도시의 삶과 달리 자연인 얼굴에는 여유가 넘쳐흐른다.
사람이라곤 오직 자기 자신뿐인 섬에서 그만의 파라다이스를 만들어가는 자연인 박종인 씨의 이야기는 2020년 09월 16일 수요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