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와 물이 없는 건 기본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 사이 제대로 난 길조차 없는 오지 중의 오지.
아무도 살지 않을 것만 같은 깊은 숲속에 신비로운 집 한 채가 숨겨져 있다.
누군가 자재를 하나씩 날라 정성껏 지은 듯한 오두막. 그 집을 지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동굴 속, 낮잠에서 깬 한 남자가 한가로이 신선 바둑을 두고 있다.
낯선 이에게는 거친 정글이겠지만, 이 품에서 나고 자란 자연인 정귀환(56세) 씨에게는 이보다 편안한 곳도 없다는데...
공대를 나와 대기업 해외영업부에 취직했던 자연인.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지루한 페이퍼 워킹이 온종일 계속되었고, 그 업무는 그의 적성과 맞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떠올렸던 건 바로 고향 산!
돈 많이 벌어 다시 고향 산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하며 자연인은 그렇게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텼다.
하지만 더 이상 보람도, 기쁨도 느낄 수 없었던 그는 회사를 그만두곤 학원을 차리게 되었다.
점차 학생 수가 늘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잘나가던 순간도 잠시,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이 시작되자 수입은 순식간에 적자가 되었다.
손해를 메꾸기 위해 과감히 주식에 뛰어들었으나 그마저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는데... 성공해서 자랑스럽게 돌아가려 했던 산은 결국 빈털터리가 되어 다시 찾을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한 인생! 자연인은 이곳에서 쉴 틈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대학 시절 배웠던 기술로 선풍기를 작동시키기도 하고, 영어 학원을 운영했던 기억을 되살려 아침마다 팝송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가끔 반달가슴곰이 내려와 꿀을 훔쳐 먹는 위험천만한 일도 벌어지지만, 오히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예측 불가한 산 생활이 자연인은 너무나도 즐겁고 만족스럽다.
자연으로 돌아가 지난날의 삶을 되돌아보고 겸손한 삶을 살아가는 자연인 정귀환 씨. 그의 이야기는 9월 23일 수요일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