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흔적이라곤 보이지 않는 깊은 산중.
계곡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자연인을 찾아 나섰는데...
눈앞에 보이는 건 다름 아닌 캠핑장?!
평상 위 펼쳐진 텐트와 나무 사이에 걸린 해먹은 영락없는 캠핑장의 모습이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에 발길을 돌릴 때쯤 느껴지는 인기척!
강아지와 함께 텐트 안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자연인 김상래(60) 씨다.
개인 전용 캠핑장과 연못이 딸린 집, 전망대까지 손수 이곳을 일궈냈다는 이 사람.
산에서 구한 황토로 옷을 염색해 입고, 약초 달인 물로 특별한 소금을 만들어 양치를 하는 천생 ‘산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는 사실 이 산골에 억지로 끌려온 서울 토박이였다고 하는데...
어린 시절부터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자연인.
그는 사회복지학과를 희망했지만 낮은 성적 탓에 체대를 갈 수밖에 없었고 졸업 후 바로 영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자동차에 쓰는 액세서리며, 휴대폰에 쓰이는 부품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영업을 하느라 발로 뛰었다는 자연인.
꿈꿔온 일은 아니었지만, 영업은 회사의 꽃이라고 생각하며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일에 임했다.
하지만 영업 일의 특성상 싫은 사람에게도 비위를 맞춰야 하고, 원하지 않는 일에도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데...
결국 눈길을 돌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중개무역 사업을 시작했지만, 중개인의 역할 역시 사람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는 건 마찬가지.
정글 같은 세상 속에서 근성 하나로 버텼지만, 그의 천성은 버티지 못했다.
선한 사람들과 어울려 의롭게 살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곪아있었다. 스트레스가 쌓여갈수록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자연인.
그런 그를 옆에서 지켜준 사람은 아내였다.
힘들어하는 그에게 자연 속에서의 삶을 권했다는 아내.
평생을 도시에서 살았던 그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도망치고 싶었지만,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산속 생활을 시작했다.
산속에서 텐트를 치고 무작정 버틴 것이 하루, 이틀 쌓여가던 어느 날.
잃어버린 줄 알았던 삶의 의욕이 싹트기 시작했고. 그는 그렇게 자연인이 되었다고 하는데...
무식하면 용감할 수 있다는 말처럼 그 역시 그랬다.
아무 지식도 노하우도 없이 산중생활에 무작정 도전했던 그는 이제 베테랑의 경지에 올랐다.
찬밥과 산에서 기른 채소로 햄버거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꾸지뽕나무 한 그루면 땔감이며 약이며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다.
산속에서 하나하나 만들고 가꿔나가는 것에서 행복을 얻는다는 자연인. 남은 인생은, 이 삶을 선사해준 아내를 위해 살겠다 다짐하는데...
산에서 다시 한번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었던 그의 두 번째 인생 이야기는 9월 2일 9시 50분 MBN<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