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꼼의 세상



시원한 계곡물이 기운차게 흐르는 4월의 산중, 개구리알을 품은 청정수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오늘의 자연인을 만날 수 있다. 이 계곡에서 유유자적 낚시뿐 아니라 바위에 앉아 서예까지 즐기는 산 생활 11년 차 자연인 박상학(64) . 귀여운 농담 실력과 호탕하기만 한 넉넉한 웃음 뒤엔 알고 보면 하나로도 버거운 사연들이 많았다는데...

 

강원도 산골에서 6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자연인. 장남만큼은 도시에서 키우고 싶었던 부모님의 뜻에 따라 시내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원체 욕심 없는 산골이 좋았기에 결국 고향에 돌아와 호기롭게 소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소 파동을 맞았고, 빚 때문에 떠밀리듯 다시 도시로 나가야 했다. 처음으로 시작한 일은 전기, 건축 공사. 둥글한 성격에 일머리도 좋은 그였기에 몇 년 안되어 큰 공사에 뽑혀 다니며 빚을 갚았고 안정을 찾으며 가정도 꾸렸다. 하지만 바쁜 일정으로 몸이 고된 탓이었을까? 어느 날 공사 중 발을 헛디뎠고 다들 죽었을 거라 생각할 만큼 큰 사고를 당했다. 허리 골절로 꼼짝없이 누워 지낸 6개월. 하지만 더는 벌이를 쉴 수가 없었기에 회복되지 못한 몸으로 다시 일을 잡았다. 고향 친구 건물의 건축일. 진통제를 먹어가며 겨우 마친 공사의 대금을 받던 날... 친구가 잠적했다. 수천만 원의 빚... 신세 한탄이 절로 나왔지만 다시 주저앉을 처지도 못 되었다. 그렇게 지독하리만치 아득바득 일을 하며 다시 돈을 모았고, 역시 성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점점 형편이 나아지던 때... 갑자기 빠지는 체중, 떨리는 손, 비 오듯 떨어지는 땀, 심각한 갑상샘 기능 항진증이었다. 결국 걷기조차 힘들어지자 다시 병상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딱 그 무렵 아끼던 여동생의 교통사고 사망 소식... 그날로 8년간 끊었던 담배를 다시 줄곧 피웠고 건강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결국 약도 듣지 않는 상황이 왔고, 그는 마지막 소원처럼 꿈꾸던 고향 산에 올랐다. 그렇게 그는 이 산을, 조금 이른 선물로 받았다.

 

이곳에서 자연인은 계절의 흐름대로 산다. 제철 쑥으로 만든 쑥버무리에 꿀을 곁들여 별미로 즐기는가 하면, 3~4월에 채취할 수 있는 다래나무 수액으로 찌개를 끓여 먹고, 통발만 던져놓으면 잡히는 버들치로 도리뱅뱅이 요리까지 즐긴다. 3년 전부터 키우기 시작한 벌통을 들여다보는 것도 산중의 재미, 벌들에게 손수 먹이를 만들어주며 벌 키우는 기쁨에 빠져있기도 하고, 물소리 청명한 계곡에 앉아 붓글씨도 즐긴다. 한편, 평온한 자연 속 모습과 다르게 집에서 발견된 서태지와 아이들, 이선희 등 한 시대의 명 LP판들은 의외의 흥 부자 면모까지 보여준다는데...

자연이 주는 넉넉함에 그저 자신도 넉넉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자연인 박상학 씨의 이야기는 4 15일 수요일 밤 9 50분에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 다시보기 396회

 

나는 자연인이다 396회 - 내 생애 봄날! 자연인 박상학

자연이 주는 넉넉함에 그저 자신도 넉넉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자연인 박상학 씨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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