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부터 솟아난 에메랄드빛 약수와 소나무의 푸른 기운이 어우러진 신비로운 산속. 그리고 이곳을 지키는 백사자를 닮은 개 한 마리. 녀석이 안내하는 대로 산길을 따라 층층이 쌓은 돌계단을 지나면 잘 정돈된 정원에 닿게 되는데... 고글을 낀 채 가위를 들고 나무 위에 앉아 있는 한 남자. 바로 우리가 찾던 숲속의 주인, 자연인 이성용(72세) 씨를 만날 수 있었다.
1남 5녀 중 유일한 아들로 태생부터 남달랐던 자연인.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자라도 모자랄 3대 독자였지만, 그의 앞에는 꽃길 아닌 가시밭길 인생이 펼쳐져 있었다. 바깥일로 바빴던 아버지와 직장 생활로 고향 집을 떠난 누이들을 대신해 중풍으로 쓰러진 어머니의 손발이 되어야만 했던 자연인. 그의 나이 겨우 열아홉. 한창 꿈을 펼쳐야 할 시기에 책임감과 희생을 짊어진 가여운 삶이었다. 고여 있는 물 같은 현실이 싫어 방황한 것도 잠시, 결국 아버지를 따라 조경업을 시작한 자연인. 결혼 후 자신에게도 완전한 가족이 생겼다는 행복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남편과 아버지라는 책임감에 배관, 용접, 철근 등 건축 현장 일을 조경업과 병행하며 몸이 부서지라 일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견딜 수 있었던 건 사랑하는 이, 아홉 살의 나이 차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아내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픈 어머니를 돌보고,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4남매를 키워준 고마운 사람. 아이들을 다 키운 후 뜻밖의 제안을 한 것도 바로 아내였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땅, 산속으로 들어가자는 것! 깜깜한 그의 인생에서 아내는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자연인의 손재주와 아내의 기발하고 유쾌한 아이디어가 만나 탄생한 숲속의 보금자리! 이곳에 들어온 후 자연인의 청춘 시계가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편백 숲을 거닐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영지버섯과 독활 등 몸에 좋은 약초들을 수시로 챙기니 나이를 먹을수록 되레 건강을 되찾을 수밖에. 남들을 위해 나무를 가꾸어 왔던 그가 이제는 수고한 자신을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행복 동산을 가꾸어 나가고 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뒤늦게 맞이한 산골 살이는 그야말로 달콤하기만 하다는데...
아내, 그대가 있기에 산속의 봄날이 더욱 황홀하다고 말하는 자연인 이성용 씨. 인생의 봄날을 맞이한 그의 이야기는 4월 1일 수요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