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꼼의 세상

 

코끝으로 들어오는 풀내음에서 벌써 새로운 계절이 느껴지는 산속, 낙엽들 위로 난데없이 흩어져 있는 것은... 사람 머리카락?! 흔치 않은 광경에 주변을 살펴보던 그때 멀리서 한 손에 칼을 들고 다가오는 한 남자, 바로 자연인 남수득(62) 씨다! 알고 보니 멧돼지 퇴치를 위한 작업 중이었다는데... 무시무시한 등장과는 달리 구수한 사투리와 친근한 말투가 매력적인 자연인은 과연 어떤 사연으로 이 산을 찾았을까?

 

경남 밀양에서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자연인. 몸이 약하셨던 아버지를 대신해 열다섯 어린 나이에 남의 집 농사일로 밥벌이를 시작했다. 그렇게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일자리를 찾아 무작정 대구행 기차를 탔다. 그리고 그가 처음 한 일은 일식집 문지기와 신발 정리. 신발을 잘못 내주기라도 할 때면 손님들에게 호되게 혼이 나고 배상하라는 추궁까지 당했지만 가족을 생각하며 꿋꿋이 견뎠단다. 그렇게 어렵게 주방보조까지 올라갔지만 거기서는 문지기 출신이라는 괄시로 서러움이 많았다고. 그럴수록 더 이를 악물었고 마침내 호텔 주방장 자리까지 오른 자연인. 그 사이 가정도 꾸리면서 이제야 꽃길이 펼쳐지나 하던 찰나... IMF 외환위기가 몰아쳤다. 갈 곳 잃은 그는 고향으로 돌아왔고 작은 횟집을 차렸다. 그동안의 경험을 밑천으로 시작한 장사는 의외로 잘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 넓은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욕심이 화근이었을까? 혼자 운영하기에 버거웠던 나머지, 재료수급 등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골치 아픈 고객들과의 시비도 날로 늘어갔다. 설상가상 무리해서 산 건물 빚에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어진 것. 결국 가게를 접고 조선소에 취직했지만 잊을만하면 접하는 동료들의 사고 소식은 견디기 어려웠다. 그렇게 일을 그만두자 지친 자신이 보였고 인생 후반전만큼은 진정한 힐링을 하고 싶었다는 자연인. 지금 이 산은 그 간절한 바람의 결실인 것이다!

 

산에 들어오기까지 숨차게 달려온 자연인. 그는 요즘 평온해진 마음 덕에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산돼지를 쫓기 위해 사람 머리카락 주머니를 매달면서도 산돼지자를 빼놓지 않고 어설픈 실력의 기타와 검도도 그저 재밌기만 하다. 운동에도 관심이 많아 자신만의 헬스장을 꾸려 몸을 만드는 중이란다. 평소 좋아했던 헬스보이 이승윤을 위해 향어회와 매운탕, 오색 빛의 튀김덮밥, 게다가 새콤달콤한 달걀초밥까지 선보이며 왕년 횟집 주방장 실력을 발휘한다는데...

 

산이란 그에게 마음이 쉬는 ()라는 자연인. 산에 들어온 후로 모든 일이 즐겁기만 하다는 유쾌한 그의 이야기는 3 18일 수요일 밤 9 50분에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 다시보기 392회

 

나는 자연인이다 392회 - 산골 행복 요리사! 자연인 남수득

산이란 그에게 마음이 쉬는 ‘심(心)터’라는 자연인. 산에 들어온 후로 모든 일이 즐겁기만 하다는 유쾌한 그의 이야기

www.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