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계곡을 옆에 끼고 있는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사는 자연인 송기춘(68) 씨. 꼼꼼한 성격과 좋은 손재주 덕에 재활용 자재로 지은 2층 집, 오두막으로 지어진 부엌, 자동차 휠로 만든 난로 등 그의 손이 닿는 곳곳마다 섬세한 마감과 그만의 미적 센스가 돋보인다. 4년 전, 우리가 만났던 그는 아내가 좋아하던 고향 산을 지키며 살고 있었다. 떠난 부인 생각으로 곳곳은 완성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그리고 지금, 다시,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집 안팎을 완성하고, 새 식구들을 맞이하고, 24년 산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고, 좋은 기억은 붙잡고 나쁜 기억은 흘려보내며 행복을 찾은 그를 다시 만났다.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던 그는 단단한 마음 하나로 살아왔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닭을 안은 채 완행열차를 타고 도시로 갔다. 남의집살이를 하며 독학으로 글을 배웠고 착실하게 돈을 모아 사업 밑천을 마련해나갔다. 건설업이 한창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자갈을 채취해 팔아서 사업을 키워나갔고 온천 단지가 개발되는 곳에 음식점을 열어 집 두 채를 사고 브리샤를 탈 정도로 승승장구하는 나날을 보냈다. 이제 더는 돈 걱정 따위는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투자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잘못된 투자로 몇 천만 원이라는 큰돈을 잃었지만 별로 개의치 않고 툭툭 털어내고 일어난 그다. 그리고 목수 일을 시작했는데 남들보다 몇 배로 일하면서 열심히 배운 끝에 채 1년도 못 되어 최고의 인건비를 받는 실력자가 되었다. 하지만 위기는 다시 찾아왔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에게 속아 전셋값 정도의 큰돈을 잃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목수 일을 정리하고 고향에 돌아와 소를 키워보기로 했지만,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소 값이 폭락해버렸다. 결국 아내는 힘든 마음을 견뎌내지 못하고 죽음을 택했고 그는 무너져버렸다.
“좀 더 일찍부터 이 마음으로 살았더라면
지금 얼마나 더 행복했을까”
아내를 이 산 나무 아래에 묻고 그는 자연에 묻혔다. 그리고 보약 같은 자연은 그의 마음을 낫게 했다. 미완성이던 집이 완성되고, 마당에 잔디가 깔리고, 경치 좋은 곳에 정자도 세워졌다. 뚝딱거리며 쉴 새 없이 움직이다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 건지 마음이 편안해져서 이것저것을 만들게 된 건지 무엇이 먼저일까? 자연스럽게 그리 되었단다. 새로 태어난 새끼 염소와 병아리와 강아지들은 적적한 산중생활에 살가운 정을 느끼게 해준다. 오늘도 벼랑 위에 벌통을 놓고, 고로쇠 물 받도록 해놓고, 텃밭에 씨 부리며 하루를 바삐 보내다 보면 자연은 또 그에게 살아갈 힘을 줄 것이다. 자연인 송기춘 씨의 이야기는 2020년 03월 04일 수요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