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꼼의 세상

청춘, 재미나게 삽니다 자연인 고세봉


해발 
750미터 깊은 산중에서 자꾸만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6평 낡은 비닐집과 무너질 듯 위태로운 토굴 저장고볕과 비를 피할 수 없는 정자가 그가 가진 전부인 것 같은데 그는 말한다도시에서부터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 이 성공을 누리고 있는 거라고그는 좀이상한 사람일까재미없는 세상에서 벗어나 재미나는 인생을 만들어가는 청춘이제는 이 좋은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픈 노총각 자연인 고세봉(49씨의 이야기다.

 

흙 수저 아니無 수저니까

우리 같은 사람은 잘 먹고 잘살기 힘든 세상이잖아요

 

밤낮새벽휴일에도 쉼 없이 돌아가던 공장의 기계들처럼 그도 마찬가지였다. 19가난했던 산골을 떠나 상경해 섬유공장에 취직했다부모님과 형제들은 우리 세봉이가 서울에 가다니 출세했다고 좋아했지만 실상은 달랐다공장 구석에서 쪽잠 자며 소화해 낸 엄청난 작업량에도 월급은 턱없이 부족해 겨우 쪽방 값을 내고 허기를 달래는 생활이었다하지만 그마저도 계속할 순 없었는데 공장이 더 값싼 인력을 찾아 해외로 옮겨가버린 것이었다.

 

평생 그렇게 살 순 없어서 모은 돈을 털어 미용기술 학원에 등록했다사장이 될 수 있는 빠른 방법이자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손님들의 비상식적인 갑질을 삭이고 견디며 앞만 보고 달렸다하지만 소위 흙 수저가 임대료 높은 도시에서 자리를 잡고 잘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걸 받아들인 후그는 비슷한 처지이던 동료 미용사와 함께 중국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드디어 계획한 바를 이뤘다직원들의 텃새와 모함에 시달리면서 연례행사처럼 미용실을 찾는 중국인을 단골로 만들려 애쓴 지 몇 년함께 간 동료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암을 얻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가게를 지키고 싶던 그는 혼자 남게 되었는데... 1년쯤 더 흘러 동료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그리고 안간 힘을 쓰며 버티던 그도 무너지고 말았다.

 

가게 정리한 돈을 가지고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진 사람을 피해 무작정 온 곳이 여기다처음에는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조차 없이 그냥 지냈다어릴 적 산골의 기억을 더듬으면서그렇게 4년쯤 흘렀을까주변에 지천인 송이능이싸리버섯야생의 열매항암약초 등을 따서 저장해 둘 반찬을 만들고토굴 저장고를 짓고정자를 구상하고 있는 게 아닌가처음에는 그저 사람을 피해 온 것이었지만 그는 여기에 살며 경치를 즐길 여유가 생기고 오래도록 살고 싶어진 것이다요즘은 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지고 웃음이 난다는 그에게 이보다 더 한 성공은 무엇일까?

 

자연인 고세봉 씨의 이야기는 2019년 10월 9일 수요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 다시보기 369회

 

나는 자연인이다 369회 - 청춘, 재미나게 삽니다 자연인 고세봉

처음에는 그저 사람을 피해 온 것이었지만 그는 여기에 살며 경치를 즐길 여유가 생기고 오래도록 살고 싶어진 것이다. 요즘은 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지고 웃음이 난다는 그에게 이보다 더 한 성공은 무엇일까? 자연인 고세봉 씨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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