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회 : 산에 있어야 행복한 남자!
어느덧 찾아온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산길을 걷던 중, 뜻밖에도 음산한 동굴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 속에서 나온 건 다름 아닌 개 한 마리!
‘혹시 동굴 안에 자연인이 살고 있지 않을까’ 살필 즈음, 반대 방향에서 풀더미를 한가득 안고 나타난 한 남자, 자연인 장성일 (58세) 씨다.
말수는 적지만 툭툭 내뱉는 말에 정이 묻어나는 천생 경상도 사나인데... 그는 무슨 사연으로 이곳에 들어오게 된 걸까?
경북 성주에서 4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난 자연인.
어릴 적부터 조용하고 말수가 적어 산에 다니며 혼자 노는 걸 즐겨했단다.
그렇게 초등학교까지 고향에서 살다가, 도시에서 공부하길 원했던 어머니의 뜻을 따라 부산 할머니 집으로 가게 되었는데...
시골 아이라면 신기했을 법한 도시에서의 삶이 그는 그토록 싫었단다.
연탄 냄새, 쓰레기 냄새, 매연 등 도시 특유의 냄새로 늘 머리가 아팠고,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 생활은 언제나 편안함이 없었다.
하지만 별수 없이 도시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갖게 된 첫 직장은 양화점이었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던 그에게 잘 맞았고, 실력도 인정받는 듯했다.
하지만 성격상 손님 응대하는 일에 워낙 재주가 없던 터라 해고당하기를 서너 번.
한참 방황할 무렵, 자연인의 아버지가 고향의 고령토 광산 일을 잠시 하자 했고, 자연인은 두말하지 않고 고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광산 일과 벌목 일을 하며 정말 오랜만에 행복하다고 느꼈다.
돌아온 고향의 품은 더없이 좋았고, 그대로 그 산에 정착하고만 싶었단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은 끝났고, 그 무렵 가정을 꾸렸었기에, 돈벌이를 위해 다시 부산으로 가게 되었다.
어느덧,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자연인은 다시 양화점 일, 덤프트럭운전, 각종 일용직을 전전하며 그토록 싫었던 도시의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야만 했다.
그 버거움이 그를 찌들게 했을까? 평소에도 성격 차가 심했던 아내와 다투는 날이 점점 많아졌고, 결국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이혼까지 하게 돼버렸다.
세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 현실... 이후, 교육비며 생활비를 위해 전보다 더 열심히 일했고 할 수 있는 한 엄마의 몫까지 해냈다.
그리고 아이들이 독립할 수 있게 될 무렵, 맞지 않은 옷 같았던 도시를 떠나 미련도 없이 이 고향 산의 품에 달려든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동물을 많이 키워보는 게 꿈이었다는 자연인.
그의 집에는 강아지, 고양이, 염소, 닭, 기러기, 심지어 말까지, 그야말로 동물농장이다.
특히 가장 아까는 말과 매일 아침 산책을 하고 있노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단다.
그만큼 좋은 먹이와 위생을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도 그의 일과다. 어릴 적 살던 집을 보수해 살고 있는 만큼 집 주변은 추억 가득한 놀이터다.
어릴 때 하던 대로 집 뒤 연못에 통발을 넣어 미꾸라지를 잡기도 하고, 아버지가 하던 대로 표고버섯을 키워 말리고, 어머니 어깨너머로 배운 도라지 조청을 며칠씩 만들며 산중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한다.
고무신을 신고도 거뜬히 오르는 산에서는 망개나무 뿌리, 영지버섯, 추어탕에 쓸 산초까지... 한 바퀴만 돌아 내려와도 푸짐하다.
마침 말벌집 제거를 하려던 참에 찾아온 윤택과 말벌집도 제거하고, 말벌 애벌레 구이와 말벌주 담기까지 하느라 모처럼 산중이 시끌벅적하다는데...
‘산에서의 시간이 느리게 흘렀으면 좋겠다’ 말하는 자연인 장성일 씨. 산에 있어야만 행복하다는 그 남자의 이야기는 10월 2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