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370회 백발의 청춘, 자연인 김정선 (2019년 10월 16일)

370회 백발의 청춘, 자연인 김정선

쇠 창을 들고 군화를 신은 채, 산속을 거침없이 누비는 사나이! 말벌을 잡고 강태공처럼 집 앞 연못 낚시를 즐기며 매일 바쁜 하루를 보낸다는 이 남자. 마음 가는 대로 사는 백발의 괴짜 자연인 김정선 씨(61)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자연인의 집은 테마파크를 방불케 하는데. 이 집을 단돈 200만 원으로 만들었다는 자연인! 초저가로 힐링 쉼터를 만든 비법은? 바로 재활용이다. 손재주 하나로 완성된 자연인의 집에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기발한 아이템들이 가득하다. 폐차된 자동차의 의자는 풍경을 감상하는 흔들 그네로 재탄생! 나무를 주워와 만든 발코니와 흔들 해먹은 자연인만의 넓은 야외 침실로 변신했다. 꽃향기가 가득한 정원 입구 터널도 역시 중고품. 집 곳곳에서 그의 손재주를 엿볼 수 있는데. 심심해서 판 땅에서는 연못이 생겨나고 토굴도 생겨났다. 특히 한여름에도 시원한 토굴 냉장고에는 직접 담근 약술과 감칠맛을 더하는 진액들이 가득하다고. 유쾌한 상상 덕분에 지금의 멋진 집을 만들 수 있었다는 자연인. 이곳에서 지켜야 하는 법칙은 딱 하나!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는다”. 소박해 보이지만 그가 도시 생활 이후 정한 가훈이란다. 기본적인 생활조차 지켜지지 않았던 그의 과거를 들어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열다섯 살부터 서울에서 일을 시작했다. 지긋지긋한 시골을 떠나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서울살이는 결코 녹록지 않았다. 일터에서 온갖 잡일을 하며 기술을 배우고 힘들게 돈을 벌었던 정선 씨.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전봇대 작업을 도맡게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작업 차 없이 맨손으로 전봇대를 타고 새벽부터 밤 10시까지 매달려 일을 해야만 하는 고된 일. 게다가 전기를 다루는 위험한 일이다 보니 전기 사고로 얼굴과 팔에 화상을 입기도 했지만, 그는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이후, 타고난 오기와 뚝심으로 개인사업체를 만들어 직원을 10명이나 둔 사장이 됐는데. 아파트와 공장, 호텔 등 큰 전기공사를 도맡으며 자리를 잡아갔던 김사장은 승승장구했다. 2년 만에 큰돈을 벌어들인 덕분에 마당 넓은 집으로 이사도 하고 모터보트를 사서 취미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그렇게 모아온 재산을 갑작스러운 IMF 외환위기로 한순간에 잃게 되는데. 견딜 수 없는 고통에 폐인 같은 생활을 하던 정선 씨. 사모님 소리를 듣던 아내가 다시 일터로 나가는 뒷모습과 어린 자식들을 보며 그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가족 때문이라도 다시 일어서기로 한 것.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쉬지 않고 달려야만 했다.

일찍부터 스트레스로 새하얗게 변한 머리와 빠진 치아는 지난날 고생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제 와 돌아보면 쳇바퀴 같이 굴러가는 매일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산을 찾아다니던 어느 날, 그는 가족이 지낼 작은 아파트를 마련해주고 경매에 나온 산을 하나 샀다. 쉰둘. 쫓기지 않는 자연인의 삶을 시작한 것이다.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산으로 들어온 그는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듯, 행복한 미소가 넘쳐흐른다. 이제는 자연이라는 학교에서 평생 못했던 인생 공부를 원 없이 하며 산다는 자연인 김정선 씨. 가을철 탐스러운 버섯과 산길 곳곳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약초도 그에게는 행복한 발견. 조금씩 심어둔 다양한 작물을 크는 걸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단다.

상상을 현실로, 산골생활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상상하는 대로 이것저것 만들어 쓰는 재미와 보람은 그에게 가장 큰 즐거움이다. 자기 전에도 “뭘 만들까?” 고민한다는 발명왕 자연인. 그런 그가 버려진 청소기로 단숨에 만들어낸 물건은 어떤 것일까? 버려진 변기도 그의 손을 거치면 기상천외한 물건으로 재탄생! 음식도 예외는 아니다. 하늘에서 자라는 귀한 열매마로 만든 새로운 요리부터 개그맨 윤택도 처음 먹어본다는 특급 보양식까지. 식사 시간에도 그의 상상력이 가미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