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꼼의 세상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의 잣나무 숲.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외딴 집.

그리고 특이한 마크가 새겨진 군복을 입고 기다렸다는 듯 윤택을 향해 걸어오는 한 남자. 

해군첩보부대(UDU) 출신의 자연인 원경희(63) 씨다. 

다짜고짜 윤택을 자리에 앉히고는 마치 사단장에게 보고하듯 노트북과 레이저 포인터로 브리핑을 시작하는데... 

지금 살고 있는 곳의 시설 현황부터, 자신의 성장 배경, 산에 들어오게 된 계기까지. 

한눈에 보이는 그의 일대기 중 당연히 가장 눈에 띄는 건 특수부대 시절의 모습이다.

 

“4분만 방심하면 바로 죽은 목숨입니다

 

17, 돈을 벌겠다는 생각 하나로 중학교를 갓 졸업한 나이에 군 생활을 시작한 자연인. 

수당을 더 준다는 말에 지원한 해군첩보부대(UDU)는 목숨을 걸고 임해야 하는 곳이었다. 

깊은 바닷속에서 잠수정을 탈출하다 밧줄이 발에 걸리거나 산소통에 산소가 부족해 물 위로 급히 올라가다 잠수병으로 인해 폐가 터지는 등 동료들의 숱한 사고와 죽음에도 그는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생사가 오가는 훈련은 일상이었고 부대의 임무 특성상 신분까지 숨겨야 했으니... 

그렇게 국가에 충성하며 37년을 가까이 희생했던 그는 만기 전역 후 55세의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상명하복의 군대와 달리 복잡다단한 인간관계를 살펴야 했던 관리소장직. 

늦깎이 사회 초년생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 받지 않는 해방감이 그에겐 절실했고, 그렇게 산에 들어오게 되었다는데...

 

군 생활 37년 동안 훈련을 위해 머물던 지겨운 산을 다시 택한 이유는 이전에는 꿈도 못 꾸던 자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직 군인 시절의 습관이 남아있어 각 잡힌 정리 정돈은 기본, 매일 국기에 대한 경례로 아침을 맞이하지만, 마음만은 완전한 자유인. 

평생 길러본 적 없는 머리를 질끈 묶고, 태양광 발전기에 연결된 노래방 기계 반주에 몸을 맡겨본다. 

수십 년간 머리를 싸매며 써왔던 작전 계획서는 바람개비 설치를 위한 워밍업일 뿐. 

그 어느 때보다 가뿐하고 즐거운 삶을 누리는 중이다.

최고의 인생을 완성하기 위한, 인생 최대의 작전! 자연인 원경희편은 2020년 10 28 방송되었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다 다시보기 423회

 

나는 자연인이다 423회 - 내 인생 최고의 작전! 자연인 원경희

최고의 인생을 완성하기 위한, 인생 최대의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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