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게 내리는 빗속을 헤집고 산길을 20여 분 헤맸을까.
내리는 비에 몸도 마음도 지쳐있을 때쯤, 닭 두 마리가 든 봇짐을 싣고 산을 오르는 한 사내를 만났다.
매의 눈초리를 닮은 강렬한 눈매가 인상적인 이 남자가 바로 자연인 성환명(60) 씨.
그는 어린 시절부터 고향 땅을 떠나 타지를 전전하는 삶이었지만, 산에 들어오면서 진정한 안식을 갖게 되었다는데.
그는 어쩌다 이 깊은 골짜기에서 혼자 살게 되었을까?
가난했던 어린 시절, 입 하나라도 덜기 위해 13살의 소년은 시골을 떠나 도시로 향했다.
그의 첫 직업은 자개장에 들어가는 조개껍데기를 깎고 광을 내는 일.
기술을 배운다는 일념으로 먼지 구덩이에서 월급도 받지 않고 1년간 기술을 배웠다.
시간이 흐르고 성인이 된 그는 두 아이를 건사해야 하는 가장이 되자 서울로 상경해 돈을 벌기로 결심했는데, 허름한 방 한 칸 구할 돈이 없어 봉제 공장의 테이블 아래서 쪽잠을 청해야 했다.
그렇게 10년을 버티자 지방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할 돈이 모였다.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인가 싶었지만, 그는 몰랐다.
그 새로운 시작이 다시 고난의 길이 되리라곤.
지방으로 이사를 하던 도중 허리를 크게 다쳐버린 자연인.
지네 300마리를 먹으며, 몸을 회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단기간에 좋아질 일이 아니었다.
몸뚱이 하나로 버텨온 인생이었지만, 하루아침에 집안의 가장은 아내로 뒤바뀌었고 그는 곁에서 소일거리만 도울 뿐이었다.
10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다시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 바닷가 인근에 자리한 가스 회사의 철근 구조물을 작업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일을 하며 주말이면 동료들과 심심풀이로 근처 산을 찾은 자연인.
과거 산을 다녀본 것도 아니었는데, 유달리 산에 오면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그는 운명처럼 산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필요한 물건은 모두 지게로 이고 지고 옮겨야 하는 불편한 자연이지만, 산이 베푸는 야생의 먹거리는 그에게 쉼 없는 즐거움이 되어준다.
또 이맘때만 만날 수 있는 귀한 버섯까지 발견하는 등 소박한 산속 삶에 복스러운 일 가득인데.
게다가 자연인을 찾아온 또 다른 자연인 손님까지?!
늘 옮겨 다녀야 했던 고단한 삶이었지만, 산으로 와서 진정한 안식을 갖게 된 자연인 성환명 씨의 이야기는 2020년 10월 14일 수요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