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산삼협회에도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자연인을 만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온 윤택의 말이다. 평생에 한 번도 구경하기 힘든 산삼을 게다가 희한하게도 바위에 뿌리내린 그것을 단번에 찾아낸 남자. 그는 바로 자연인 이병복(54) 씨다. 복이 절로 따른다는 뜻을 가진 이름처럼 이 산에서 누릴 수 있는 행운이란 행운은 모두 그의 몫인 것만 같은데 사실 그는 참 복 없는 인생을 살아왔다. 무엇이 그의 삶을 이토록 달라지게 한 걸까? 생명을 품고 키워내고 내어주는 천혜의 자연 안에서 그는 오늘도 설렌다!
스무 살, 노점상 일을 배우며 마련한 밑천으로 포장마차를 차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식자재를 날라 24시간 고갈비를 구웠다. 가게 문을 여는 만큼 돈이 되니까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 온종일 일에 매달렸고 그의 청춘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리고 10년쯤 후, 드디어 노점을 벗어날 수 있는 정도가 되어 건물에 세를 얻고 카페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곧 건물주가 부도를 내고 사라졌다. 청춘을 바쳐 모은 전부가 한순간 물거품처럼 없어져 버리고 만 것이다.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분한 마음으로 건물주를 찾아 헤매다가 술에 취해 집 앞에 쓰러져 있던 생활이 자그마치 2~3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포장마차, 횟집, 칼국수 식당에서 악착같이 일해 온 그였다.
그의 불운은 산중생활이 시작된 후에도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들들이 성인이 된 후 고향 산에서 살기를 바랐던 그는 반대하던 아내를 설득해 산중생활을 시작했는데 황무지를 일구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수술이 잘 되어도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질 거라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된다. 침상에 누워만 있던 그의 수발을 들어준 아내를 더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재활은 산에서 하고 싶다’ 하며 지팡이를 짚고 다시 산으로 향했는데 몇 년 후, 이번에는 아내가 폐암 진단을 받게 된 것이다.
“다 정리하고 돌아가려는데 반대했던 아내가 뜻밖의 말을 해요.
거기에 있어. 내가 곧 당신 옆으로 갈게.”
그리고 그의 산중생활은 좀 달라졌다. 아픈 아내를 위해 약초와 나물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험한 산을 오르고 내리며 몸에 좋다는 약재를 구해 삶고 말려서 아내를 챙기게 되었다. 그렇게 4년쯤 흘렀는데 아내의 몸은 암 재발 없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그는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될 수도 있을 거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건강하다. 이제야 비로소 복 터지는 인생을 즐기고 있는 자연인 이병복 씨의 이야기는 2020년 05월 27일 수요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