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회 바다 사나이 산으로 가다! 자연인 이혜수
쌀쌀해진 가을의 끝자락을 따라 단풍이 절정인 산속을 오르던 중, 난데없이 계곡물에 떠내려온 고무장갑!
혹시 근처에 사람이 있는 걸까?
주변을 살펴보다 거대한 물줄기 아래에서 조신하게 배추를 씻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는데...
바로 자연인 이혜수(72세) 씨다.
무뚝뚝해 보이는 첫인상과는 달리 이야기를 나눌수록 순박한 매력이 느껴지는데...
그는 무슨 사연으로 이 산에 들어오게 된 걸까?
인천 강화에서 5형제 중 넷째로 태어난 자연인.
먹고 사는 게 시급했던 가난한 집이었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인천의 한 목재회사를 거쳐, 울산의 대형 중공업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고, 워낙 성실하고 천성이 착해 우수사원 표창은 도맡아 받았단다.
남들보다 더 많이 일했고, 밤늦도록 다양한 자격증 공부까지 한 끝에 승진도 빨랐다는 자연인.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중,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있던 동료의 부주의로 동료가 크게 다치게 된 것.
동료의 실수였으나 책임감에 괴로웠던 자연인은 수차례 뇌 수술비와 생활비까지 대주었고, 그 결과, 세 아이의 가장이었던 자신의 생계조차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의 사정을 안 회사에서 그를 해외로 발령을 보냈고 국내 월급의 2배나 되는 인도, 중국 등을 다닌 끝에 기울어진 가세도 회복되어갔다.
그러나 망망대해에서 사투를 벌이며 해야 했던 일들, 사고로 죽는 동료도 수없이 봐야만 했다는데...
바로 그 무렵 그는 결심했단다.
일평생 바다에서 일했으니, 퇴직하는 그 날, 고향 산을 꼭 닮은 곳으로 들어가 살겠다고.
그 후 이 터를 사고 꾸미는 동안 더없이 행복했었다는 자연인.
이 산은 그렇게 얻은 꿈이었다!
산에서의 하루하루가 소소한 재미로 가득하다는 자연인.
나무에 셔틀콕을 달아 혼자 배드민턴을 치고 새 식구, 누렁이를 위해 집을 만드는가 하면 서툰 글씨지만 붓글씨에도 재미를 붙였단다.
오랜 기간 아픈 아내 병간호를 하며 주부 역할을 해온 터라 요리 솜씨도 수준급인데, 산에 온 뒤,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는 중이다.
직접 키운 청계 닭백숙부터, 코다리찜, 산에서 따온 밤과 잣을 넣은 약밥 그리고 자연인만의 비법으로 담근 막걸리까지!
평생을 바다에서 목숨 걸고 일해왔다는 자연인.
그래서인지 땅을 밟고, 산 공기를 마시며 사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는데... 그의 산골 이야기는 11월 20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