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회 산중무대 위 주연배우 자연인 홍진수
산골생활 끝판왕이 등장했다! 거대한 화강암 아래 집을 짓고, 척박한 산비탈에 텃밭을 척척 만들어 낸 주인공은 30년 내공의 자연인 홍진수(67) 씨. 불같은 성미와 화를 내는듯한 말투로 모두를 긴장하게 하지만, 알고 보면 쉼 없이 장난칠 궁리를 하는 유쾌한 남자다.
하지만 그의 인생이 처음부터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었다는데. 30년 전, 텐트 하나 짊어지고 죽을 각오로 겨울 산을 오른 것이 산골 살이의 시작이었다는 자연인. 그는 어떤 사연을 품고 서른일곱의 이른 나이에 산을 찾게 되었을까?
깊은 산골 숯장수의 오남매 중 맏아들로 태어난 자연인. 일곱 살 때 어머니가 여섯째 동생을 낳다가 세상을 떠나게 되고 오남매를 혼자 키우기 벅찼던 아버지는 재혼으로 새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일곱 살 어린 소년에게 새어머니의 존재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고. 설상가상으로 기울어진 가정형편 탓에 학교를 채 마치지 못하고 새어머니를 도와 집안일을 하게 된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계모와 자연인의 갈등은 잦아져만 갔다는데... 산에서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해오는 것이 일과의 전부였던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 같은 일이 생긴다. 바로, 동네 연극에 참여한 것. 우연히 접한 연극은 어머니를 잃은 어린 소년의 공허한 마음을 채워줬고, 자연스레 배우의 꿈을 꾸게 해주었다. 새어머니에 대한 반항심과 배우가 되겠다는 꿈은 자연인을 자연스레 산골짜기 밖으로 이끌었다. 결국 열일곱 나이에 가출을 했다는 자연인. 하지만 꿈을 품고 도착한 서울은 생각만큼 녹록치 않았다. 가진것도, 배운 것도 없는 산골 소년에게 배우의 꿈은 사치였던 걸까, 배우라는 꿈의 문턱에도 갈 수 없었다는 자연인. 하지만, 다시 산골짜기로 돌아가 새어머니 밑에서 땔감이나 지며 살기는 싫었다. 배우란 꿈은 잠시 뒤로한 채 돈을 벌기로 다짐하는데. 그렇게 양계장, 포장마차, 호텔, 횟집, 뱃일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하는 일마다 실패를 맛보게 되고... 어릴 적부터 산에 살았던 경험을 살려 국립공원 환경미화원 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나 싶었지만, 뜻밖의 불행이 찾아온다. 원인 모를 팔의 통증으로 숟가락조차 들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것. 산골짜기를 벗어난 열일곱 소년이 20년간 도시에서 얻은 건 실패의 경험과 망가진 몸 뿐이었다. 결국 극단적인 생각을 품고 엄동설한 겨울 산으로 들어갔다는 자연인. 하지만, 죽기로 결심했던 산에서 오히려 희망을 찾게 된다. 신기할 정도로 몸이 회복되면서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 자연에 와서야 도시에서 맛보지 못한 성취감을 느끼게 된 자연인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실패의 연속이었던 도시 생활과는 다르게, 산에서는 성취의 연속이었다. 어릴 적부터 보고 익혔던 덕에 철마다 산에 나는 나물이며 약초를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숯 만드는 방법은 불을 때고 살아야 하는 산중생활에 유용한 기술이 되었다.
한 끼에 3가지 반찬을 먹어야 한다는 그의 확고한 신념으로 키우는 텃밭은 사계절 내내 끊이질 않는 무공해 식재료를 제공해준다. 가을 수확으로 얻은 고구마, 밤, 호박, 땅콩을 이용한 호박죽부터 투박한 손으로 요리한 송이버섯 죽까지. 자연인의 30년 내공이 담긴 일석이조 요리법은 삶의 지혜는 물론이거니 영양까지 담겨있다. 텃밭과 더불어 키우고 있는 자연인의 자칭 7만 대군인 벌이 선물하는 꿀은 음식과 더불어 피부미용까지 책임진다. 꿀벌을 지키기 위해 김칫국물, 산머루 효소, 돌배 주스, 담금주, 쿨피스로 만든 말벌 유인액은 값비싼 덫이 부럽지 않을 정도라고. 30년 차 내공으로 유유자적을 즐기는 그의 산골생활은 계속된다.
밥위에 만든 된장찌게~~~
송이죽에 가지볶음~~~
수제 말벌퇴치기~~~
가을죽~~~ 호박죽(feat 땅콩.밤)
엑스트라로 배회하던 도시 생활과는 달리, 본인만의 독무대를 즐기는 산골의 주연배우! 자연인 홍진수 씨의 이야기는 10월 23일 밤 9시 50분 MBN<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