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꼼의 세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해발 800m! 우거진 수풀만 가득한 첩첩산중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돈다. 곳곳에 출입 금지의 띠가 둘려 있는가 하면 독사가 기어 다니기도 하는데.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지던 그때, 산중 계곡의 수풀 사이로 보이는 한 실루엣?! 가까이 다가가보니 옷을 벗은 채로 몸을 씻는 백발 머리의 할아버지다. 마치 도사처럼 보이는 그의 정체는? 바로, 자연인 안동윤(68) . 깊은 산중까지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 편하게 계곡 목욕을 즐기던 중이었다는데. 홀로 드넓은 자연을 자유롭게 누비는 그는 6년 전, 처음 이곳에 터를 잡았다. 자연에 들어오기 전에는 남부러운 것 없는 도시 남자였다는 자연인. 그런 그가 깊은 산골을 찾아 떠나온 사연은 무엇일까?

부산 사나이 안동윤 씨는 인쇄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사장이었다. 당시 부산에 5대 밖에 없었던 실링 인쇄기로 스티커 일체를 책임졌던 그의 사업은 나날이 번창했고 부족함을 모를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IMF 외환위기로 위기가 찾아왔다. 거래처들이 하나둘 무너지며 수금이 안 되자 자금 회전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엎친 데 덮친 격, 베트남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것마저 막대한 손해만 입고 실패했다. 무엇보다도 사업 때문에 매일 사람을 만나 술을 마시다 보니 건강도 많이 나빠졌다고. 당시 혈압 240mmHg, 혈당 360mg/dL로 정상 수치의 두세 배 수치가 나왔을 정도로 몸이 안 좋았다. 사람에 대한 실망감과 스트레스가 커지던 중 문득 그의 눈에 산이 밟히기 시작했다. 60세가 되면 산에 들어가 살겠다는 생각을 한 안동윤 씨.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도 싫고 마음 편하게 살고 싶어, 산에 살겠다는 결심을 했다. 오랜 시간, 오지만 찾아다닌 끝에 지금의 집터에 자리 잡았다. 아무것도 없던 집터에 1년 동안 텐트를 치고 지게로 자재를 옮겨가며 직접 지은 집! 집도 살림살이도 단출한 것은 자연에서 복잡한 생각 없이 지내고자 하는 그의 생각이 담겼다.

도시 나이는 예순여덟 살이지만 여기서는 여섯 살 유치원생이야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자연을 누비는 순수 자연인! 아침에는 텃밭에서 채소를 따와 간단한 요리를 해 먹는다. 돌판 통가지구이와 메뚜기볶음, 오이 냉국수. 저녁에는 고추김치 찜밥, 약초부대찌개 등 무엇이든 간단하게 하는 것이 자연인의 철칙이란다. 하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요리를 고민하고 만드는 것이 자연인 일상의 즐거움이라고.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천장에 설치한 운동기구에 거꾸로 매달려 혈액순환 운동을 하는가 하면 무거운 쇠 파이프를 역기 삼아 운동한다. 저녁이 되면 뉴스 보는 시간. 지지직거리는 라디오를 틀고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집안과 마당을 오간다. 조금 쉴만하면 다시 바쁘게 움직이는 자연인.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일상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자신에게는 약국이라는 산에서 약초를 캐는 것부터 장대 나무를 타고 올라가 끈 묶기 작업까지, 부지런히 하루를 보내는데. 쉴 틈 없이 움직이다가도 틈틈이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평상에서 낮잠을 자는 여유도 잊지 않는다. 자연에서만큼은 천진난만하게 자연을 만끽하는 그가 산에서 여섯 살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자연의 품에서 모든 것을 얻은 남자. 자연인 안동윤 씨의 이야기

 

나는 자연인이다.E362.190821.720p-NEXT.mp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