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꼼의 세상

359회 행복의 숲을 그리다! 자연인 박봉택


해발 700m의 인적 드문 숲속에 난데없는 망치질 소리가 울려 퍼진다?! 각 잡힌 특전사 군복에 선글라스를 낀 채 돌을 부수는 자연인 박봉택(69) . 매일 첩첩산중을 전력질주하고 나무와 씨름(?)하며 만들어진 다부진 몸에서 강인한 기개가 느껴지는데. 그의 범상치 않은 기운을 따라간 곳에 자리 잡은 보금자리는 주인장만큼이나 특별하다. 굴뚝에는 냉면 그릇, 지붕에는 자동차 바퀴, 심지어 돌담에는 전자레인지까지?! 보는 순간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상천외한 산꼭대기의 집을 직접 지은 그. 늘 독특한 발상으로 유희가 넘쳐나는 자연인의 숲으로 빠져들어 가 본다.

 

대대로 부농이었던 집안의 3 2녀 중 막내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란 자연인. 어릴 적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인 그는 넉넉했던 가정형편과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등미술교육을 받게 된다. 당시엔 흔치 않았던 유학길에 올라 파리의 유명 예술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한국의 획일화된 미술 교육방식과 다른 프랑스의 창의적인 교육방식을 접하며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된다. 10여 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에서 꾸준히 그림을 그리며 화가로서의 입지를 다져갔고. 시간이 갈수록 그의 작품은 수천만을 호가할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는데. 그렇게 경제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자 그는 유학 시절부터 꿈꿔왔던 또 다른 꿈을 펼쳐보기로 결심한다. 바로 기존의 획일화된 교육방식에서 탈피한 미술학교를 설립하는 것. 2000년 대 초반, 우리나라에 처음 시도된 체험학교 형태였던 그의 자연미술학교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그림을 접하고 배우며 심리치료까지 할 수 있는 획기적인 교육시스템이었다. 하루에 2~300명의 학생들이 각지에서 찾아올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그는 미술교육 사업가로서도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한다. 3년간 자연미술학교를 운영하며 큰돈을 번 그는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고, 캐나다에서 교포 아이들을 가르치는 미술학교를 세워보기로 하는데. 사업구상을 위해 캐나다로 건너간 그에게 교포 커뮤니티를 통해 연락을 취해 온 한 남자. 그는 이역만리 타지에서 만난 반가운 동포이자 현지 사정에 밝은 사업가, 무엇보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다. 자연인은 그와 급속도로 친해졌고 캐나다에 건너온 지 1년 만에 그에게 사업에 관한 모든 것을 맡겼다. 하지만 그 남자는 어느 날, 자연인이 투자했던 전 재산 30억 원을 가지고 사라졌고. 자연인은 빈털터리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후 충격으로 찾아온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 심지어 눈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 증상까지 겪기도 했다는 자연인. 평생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던 그 시간이 가장 고통스러웠다는 그는 기적처럼 눈이 보이기 시작한 그날부터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삼각대를 들고 산을 오르며 자연을 그릴수록 조금씩 마음의 병도 나아갔고, 그는 평생 산에 살며 자신만의 새로운 행복을 그려나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잃고 최대한 저비용으로 집을 지어야 했던 자연인에게 산에 지천으로 널린 돌은 집 지을 소재요, 돈이나 다름없었다고. 2년에 걸쳐 하나하나 손수 돌을 쌓아올리고 고물상에서 가져 온 갖가지 재활용품으로 완성한 지금의 집은 그야말로 그의 피, , 예술 혼으로 빚어낸 역작이다. 또한 산골살이를 시작하며 주변 풍경을 그린 400여 점의 그림으로 빼곡히 채워진 내부는 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자연인의 예술가적 감각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집 뿐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도 빛을 발한다. 10여 년간의 유학 생활을 통해 자연스레 늘었다는 요리 솜씨는 늘 그만의 독창적인 레시피를 만들어내는데. 그가 그리는 오색찬란전부터 제철 맞은 보리수 열매가 수놓는 샐러드, 특급비법양념으로 풍미를 더한 민물매운탕까지! 기발한 발상과 손재주까지 더해져 그의 보금자리엔 이번 여름, 특별한 공간이 또 탄생했다. 바로 손자들을 위한 야외샤워장! 폐품 활용이 특기인 자연인답게 이번에도 다양한 재활용품과 돌을 활용했다는데. 비가 오는 날엔 테라스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고, 보라색 꽃이 예뻐 더덕을 키우는 낭만이 있는 사나이. 산골에서 태어났어도 어린 시절엔 늘 화실에 틀어박혀 그림만 그리느라 아이답게 뛰어놀던 추억이 없는 그는, 자연에 살며 비로소 소년 시절 그렇게 하고 싶었던 낚시를 즐기고 마음껏 산을 누비며 오색빛깔 행복을 물들여가고 있다.

자연의 너른 품에 안겨 행복을 스케치하는 자연인 박봉택 씨의 이야기. 

 





나는 자연인이다 다시보기 359회

 

나는 자연인이다 359회 - 행복의 숲을 그리다! 자연인 박봉택

자연의 너른 품에 안겨 행복을 스케치하는 자연인 박봉택 씨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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