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꼼의 세상

 

바람 소리만 매서운 첩첩산중을 오르던 중 난데없이 들려온 굉음! 

소리를 따라 조심스레 가본 곳에서 파일럿 옷을 입은 한 남자를 만났는데... 

노란 선글라스까지 끼고 꽤 거친 상남자인가 싶을 즈음 순한 웃음으로 승윤을 맞이하는 그가 바로 자연인 김관수(64) 씨다! 

텐트와 공구함 하나만 들고 산에 들어왔다는 만능재주꾼, 과연 그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가난한 깡촌, 6남매의 막내. 

초등학생 때부터 자취를 할 만큼 독립적이었다는 그의 첫 직장은 작은 가죽공장이었다. 

내성적이었지만 의외로 도전의식이 강했다는 그는 더 큰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당시 경쟁률이 엄청났다는 제일합섬에 도전, 취업에 성공했다.

촌놈이 출세했다고 잔치를 할만큼 부러워하는 직장이었다. 

꽤 많은 돈을 벌었고 안정적인 가정도 이뤘다. 물론 그만큼 숱한 야근, 밤낮없이 일에만 매달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그렇게 10여년, 문득 새벽에 퇴근하다 그런 생각을 했단다.

이렇게 내 청춘을 회사에 다 바치다가 끝나는 건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내 사업도 한 번 해봐야하지 않을까

 

결국 과감히 직장을 그만뒀고, 그의 뛰어난 손재주를 살릴 수 있는 금은방을 차렸다.

보석세공부터 시계 수리까지 독학으로 배웠건만 남다른 기술과 성실함으로 생각보다 빨리 승승장구, 자리를 잡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기쁨을 맛보며 여유로운 삶을 살자, 이번엔새로운 꿈이 또 그를 건드렸다! 

어릴 적 꿈이었던, 집 짓는 목수!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한옥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짓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그를 찾는 곳은 점점 많아졌단다.

하지만, 팀을 꾸려 집을 짓는 일은 의외의 복병이 많았다. 

무책임한 핑계로 툭하면 일에 빠지는 인부들, 하청업체간 이해관계로 벌어지는 다툼들, 공사대금을 떼이는 일 등... ‘싫은 소리라고는 못하는 성격의 자연인은 속으로만 끙끙 앓았고, 늘 손해보는 쪽이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니 참자 하길 8... 속병은 난데없는 어지럼증으로 나타났다. 

걷다가 툭하면 넘어지길 몇 차례. 

일시적인 증상이려니 했건만, 이후 말까지 어눌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공구함을 들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일까지... 

큰 병원을 여러 군데 다녔건만 원인불명.

그 사이 증상은 더 심해져, 집 앞을 나서기도 힘들었고, 어눌한 말은 대화조차 불가능했다.

현실은 무서웠고, 미래는 불안했다. 그렇게 그는 도망치듯 이 산을 오른 것이었다.

 

산중생활 4년차. 이 산에 온 뒤, 하루도 빼지 않았다는 운동과 산행.

넘어지면 거기서부터, 가능한만큼 그렇게 시작한 산행은 이제 한 시간을 너끈히 돌아내려 올 만큼이 되었다.

서서히 건강을 되찾자 숨어들 듯 들어온 산생활은 하루하루가 새롭단다. 

겨우 끼니나 떼우던 식사 시간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던 호박죽, 대나무 닭요리로 푸짐해졌고, 이젠 메주까지 직접 만드는 주부9단 실력이 되었다. 

텐트 하나로 지내던 공터에는 천상 재주꾼 그의 손이 스쳐 아궁이부터 정자, 가구까지 직접 만든 집이 자리를 잡았다. 

아내가 오면 나란히 타고 싶다며 그네를 만드는 그.

여기 있으면 참 좋아, 행복해“ . 

말없는 자연인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긴 짧은 한마디.

산으로 도망 온 게 아니라 산이 나를 품었다고 말하는 자연인 김관수 씨의 이야기는 2020년 12 30일 방송되었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다 다시보기 432회

 

나는 자연인이다 432회 - 행복한 산골 목수 자연인 김관수

텐트와 공구함 하나만 들고 산에 들어왔다는 만능재주꾼 자연인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긴 짧은 한마디. ‘산으로 도망 온 게 아니라 산이 나를 품었다’고 말하는 자연인 김관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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