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꼼의 세상

두텁게 내려앉은 낙엽을 밟으며 가파른 산길을 얼마나 올랐을까. 

길조차 나지 않은 인적 드문 산속에서 발견한 것은 출입금지 안내판과 밧줄?! 

그 흔적을 따라가 보니 사람은 없고 사납게 짖어대는 개 한 마리를 맞닥뜨렸는데... 

거대한 개에 혼이 쏙 빠진 것도 잠시, 멀리서 또 다른 대형견을 데리고 나타난 한 남자.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 사내가 바로 자연인 최점두(52) 씨다.

 

해발 1,000m가 가뿐히 넘는 지리산의 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자연인.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단돈 만 원을 손에 쥐고 도시로 상경한 그의 첫 직장은 봉제 공장이었다. 

워낙 손이 빠르고 일머리가 좋았기에 열여덟의 어린 나이에 직원을 관리하는 공장장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했다는데. 

하지만 밤낮으로 쉬지 않고 고생한 탓일까. 

고작 스무 살의 나이에 급성간염에 걸리고야 만다. 

건강은 갈수록 나빠졌지만, 창창한 나이에 마냥 쉴 수만은 없었다. 

친누나의 도움으로 함께 중국집을 시작했는데, 맡은 일 하나는 제대로 해내는 그였기에 이후 치킨집, 감자탕집까지 돈은 차곡차곡 모여 갔다. 

앞으로의 인생은 탄탄대로 일 줄로만 알았던 나날들. 

하지만 불행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2년 반 동안 기반을 닦아놓은 식당이 하루아침에 문 닫게 된 것. 

가게 보증금은 물론이거니와 집 전세금까지 떼이며 그의 삶은 순식간에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뚝배기 8개를 들고 매일 계단을 뛰어다니는 일상. 

무너진 마음을 다잡으며 가장이었던 그는 돈을 계속 벌어야 했지만, 허리와 무릎을 연이어 3번이나 수술하며 그의 몸은 더는 버틸 수 없었다. 

그렇게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그는 산속 삶을 결심했다.

 

자연인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4마리의 개와 고양이, 그리고 염소까지. 그의 하루는 동물들을 안아주기만도 바쁘다. 

겉으론 느릿느릿해 보이지만 원숭이처럼 나무 하나는 가뿐히 오르는가 하면 요리 실력 또한 산중 식당을 방불케 할 만큼 수준급이라는데. 

또 산의 품 어느 곳을 가든 도시에서 유일한 장난감이 되어주었던 나무가 지천이니 그에겐 이보다 더 좋은 보금자리는 없다. 

남에게 맞춰 늘 바삐 흘러가야 했던 과거의 시간들. 

이제는 자신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자연인 최점두 씨의 이야기는 2020 12 9일 방송되었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다 다시보기 429회

 

나는 자연인이다 429회 - 이제는 느리게 삽니다! 최점두

이제는 자신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자연인 최점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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