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꼼의 세상

 

 

우리 국토의 중심부에 자리한 지역으로

예로부터 각종 산물이 풍부했던 경북 상주(尙州)!

마음 한가득 넉넉해지는 수확의 계절,

황금빛 무르익은 들녘부터 전통을 잇는 사람들까지

상주의 보배로운 한가위 풍경을 만나다!

 

* 햅쌀 수확하는 날! - 감사의 마음 담은 햅쌀 밥상

 

상주의 남동쪽에는 낙동강을 따라 드넓은 평야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은 토양이 비옥할 뿐만 아니라 연중 맑은 날이 많아 농작물 재배에 유리하단다.

쌀, 누에고치, 하얀 분으로 덮인 곶감이 많이 난다고 하여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부르기도 하는 상주.

흰 쌀은 상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산물이다.

대를 이어 쌀농사를 지어온 최인술 씨는 성동들에서 햅쌀 수확에 한창인데, 첫 수확의 기쁨이 그를 웃음 짓게 한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벼, 농부의 마음은 그를 닮아서일까.

45년 농사꾼은 잘 자란 벼를 보며 조상님께 올릴 차례상을 먼저 떠올린다.

옛 어른들 덕분에 이만큼 잘살게 되었다고 웃는 아내 정정희 씨, 부부의 하얀 미소가 참 많이 닮았다.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 농공(農功)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눈부신 햅쌀 밥상을 만난다.

 

가마솥으로 갓 지은 햅쌀밥 한 공기! 어떤 반찬과 곁들여도 훌륭한 상차림의 바탕이 된다.

밥을 지을 때 찜기에 가지, 달걀 물을 넣고 함께 찌면 가마솥 가지찜과 달걀찜을 만들 수 있다는데, 맛이 좋을 뿐 아니라 밥과 반찬을 동시에 따뜻하게 익히는 지혜가 한 솥에 깃들어 있다.

가마솥에 눌어붙은 누룽지는 어린 시절 추억의 별미! 누르스름한 누룽지를 긁어내 약재를 넣고 끓인 백숙이 구수하다.

그런가 하면, 돼지고기 앞다릿살로 만든 주물럭은 고된 농사일을 잊게 한단다.

햅쌀 가루로 반죽을 치대고, 찐 햇고구마를 빻아서 소로 넣은 송편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명절이나 제사 때가 아니면 좀처럼 먹기 어려웠다는 조기구이, 물오른 조기 한입에 커다란 힘이 솟는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마을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햅쌀밥 한 그릇은 이토록 귀하다.

 

 

* 명주의 전통을 잇다 - 비단결 같은 가족애(愛) 품은 한 상

 

상주의 삼백(三白) 중 하나인 누에고치.

함창읍에는 예로부터 명주(明紬) 길쌈하는 집이 많았다.

누에고치는 ‘누에가 뱉어낸 실로 몸을 감싸 만드는 집’을 가리키는데, 여기에서 명주실을 얻을 수 있단다.

선선한 가을날, 직접 짠 명주 옷감을 말리고 있는 이들은 허호, 민숙희 씨 부부!

나란히 가업을 이어오다 1984년 백년가약을 맺은 두 사람이다.

산업 발달과 기계화로 인해 전통 베틀이 자취를 감추는 시대, 허호 씨 가족은 명주의 전통을 고스란히 잇고 있다.

누나 허월분 씨는 어릴 적 집안을 일으키느라 고생했던 동생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맺힌다.

힘들었던 옛 시절의 이야기를 웃으며 나누는 오늘, 상처는 추억이 되어 바람에 실려 온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비단결처럼 고운 가족이 추석맞이에 나선다.

 

먼저 가족이 정답게 모여 앉아 삼색 송편을 빚는다.

콩을 소로 넣고 동글동글하게 만들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어느새 송편이 상 위를 한가득 채운다.

허호 씨 집안에서 명절이면 끓여 먹는다는 탕국에는 특별함이 숨어 있다.

재료로 무, 미역부터 닭, 돼지, 소고기, 홍합, 가오리 포까지 빠짐없이 넣는다는데,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데치듯 건져낸 고기와 해산물은 또 하나의 음식, 돼지 수육과 닭 수육이 된다.

마당에서 딴 뽕잎으로 차를 끓여 마시기도 한다는 부부, 잎을 자르고 받는 두 사람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뽕잎은 차로 활용할 뿐 아니라 장아찌를 담그거나 삶아서 무쳐 먹기도 한단다.

뽕잎·배추·무전은 넉넉하게 부쳐 담아내고 각종 나물과 잡채를 곁들여 풍성한 한 상을 차린다.

 

 

 

* 옛 조리서에서 정성을 읽다 - 손님을 향한 배려, 입맷상

 

노명희 씨는 27년 전, 외가가 있는 상주에 정착했다.

상주의 아늑함에 먼저 반했던 그녀는 옛 음식의 매력에도 흠뻑 빠져 전통 음식을 연구하고 있다.

《시의전서(是議全書)》는 1800년대 말, 경북 상주 지역에서 유래한 책으로 반가 음식과 궁중요리 400여 가지 이상을 수록한 옛 조리서.

이 책에서는 상주의 식자재를 활용한 음식의 조리법뿐 아니라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단다.

‘입맷상’은 잔치 때 큰상을 차리기 전에 먼저 간단하게 차려 대접하는 음식상인데, 기다리는 손님의 시장기를 헤아리는 정성이 담겨 있다.

옛 조리서 속, 오랜 시간이 빚은 맛과 더불어 행간에 숨은 배려의 마음을 읽어본다.

 

옛날에 주로 김치나 장아찌로 먹었다는 가지.

부추로 소를 만들어 가지 안에 채워 넣으면 식자재 본연의 맛이 살아있는 가지김치가 완성된다.

깨를 갈아 만든 뽀얀 깻국과 잣 국물을 더해 면 위에 붓고 달걀, 당근, 호박, 석이버섯 등 오색 고명을 얹은 깻국 국수는 고소함으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한 입 크기로 썬 오이에 다진 소고기를 채운 일과는 오이, 소고기의 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별미!

쫄깃쫄깃한 식감의 메추라기찜은 기력 회복에 좋단다.

소고기를 뭉쳐 만든다고 하여 이름 붙은 뭉치 구이는 감으로 만든 청을 넣고 재워 맛이 더욱 부드럽다.

상큼한 귤껍질을 얇게 밀어 다진 뒤 찹쌀가루와 섞어 찌는 떡, 귤병 단자까지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정성이 가득한 입맷상이다.

 

 

 

*종가의 전통으로 빚다 - 오작당(悟昨堂)의 추석상

 

상주시 낙동면에 자리한 풍양 조씨 종가(宗家)에서는 추석 준비가 한창이다.

‘오작당(悟昨堂)’은 과거의 일을 깨우쳐 가면서 미래를 설계하라는 의미라는데, 12대 종손(宗孫) 조용권 씨는 선조들의 지혜가 깃든 이곳을 아내, 어머니와 함께 지키고 있다.

예로부터 집안을 찾는 손님들에게 떡을 만들어 대접했다는 오작당.

추석 차례상은 간소하게 차리되 손님을 위한 다과상을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이 이곳의 전통이란다.

한가위를 맞아 11대 종부(宗婦) 채춘식 씨도 한몫 거들고 나선다.

다과상에 올리는 떡부터 집안 전통을 이어 만드는 음식들까지! 그녀의 삶 속에 음식이 있고, 음식 안에 그녀의 삶이 있다.

옛 기억에 손맛을 더해 만드는 내림 음식, 며느리 권현숙 씨와 종녀(宗女)들이 함께한다.

 

‘주악’이라고도 부르는 ‘조악’은 기름에 지지는 떡의 하나로 찹쌀가루를 익반죽하여 만든다.

껍질 벗긴 팥소를 넣고 송편처럼 반달 모양으로 빚은 후 굽는데, 꿀을 묻혀 재워두므로 그야말로 꿀맛이다.

동글게 빚은 찹쌀전병도 함께 담아낸다.

‘부편’은 찹쌀 반죽을 둥글게 빚어 찐 후 꿀을 발라 곶감, 대추, 흑임자를 고명으로 붙이는 떡.

아름다울 뿐 아니라 그 맛이 달콤하다. 내륙 지방이라 문어를 구하기 어려웠던 상주에서는 방어를 제사상에 올렸다는데, 고추장과 고춧가루, 된장을 넣고 양념한 방어조림은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북어찜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고, 콩가루를 넣은 건진국수는 어머니의 손맛을 더해 더욱 구수하다.

향긋한 감잎을 깔고 잘박하게 졸인 닭조림까지, 전통의 맛과 멋을 담은 상차림은 보기만 해도 풍요롭다.

 

 

 

한국인의 밥상 다시보기 47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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