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에 'QLC(쿼드 레벨 셀)' 기술을 활용한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기존 SSD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수명이 짧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히지만, 업계에서는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 활용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 반도체 업체들은 QLC 기술을 개발하고 양산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96단 4D 낸드 기술에 자체 QLC 설계 기술을 적용한 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 3D 낸드플래시 기반 QLC 반도체보다 90% 이하로 면적을 줄였는데, 데이터 처리 성능은 2배 증가시킨 것이 장점이다.
SK하이닉스는 이 제품을 SSD 제조업체들에게 샘플을 보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QLC 낸드플래시가 무르익는 시점에 맞춰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지난해부터 업계 최초로 QLC SSD '860 QVO 시리즈'를 출시하고 한국, 미국, 독일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화질 멀티미디어 데이터 작업이 늘어남에 따라 고용량, 고성능 SSD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대로 SSD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QLC는 한 개의 셀에 4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 SSD에는 한 개의 셀에 2비트(MLC), 3비트(TLC) 정보만 저장할 수 있었다면, 고도화한 집적 기술로 4비트까지 정보를 저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QLC 기술로 생산 단가를 크게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도체 칩에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하려면 칩 면적을 늘리거나 미세화한 기술로 집적도를 높여야 하는데, QLC 기술로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이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사업이다 보니, 첨단 집적 기술 하나만 있으면 양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생산 단가를 낮춰 비쌌던 SSD를 대중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QLC 기술을 활용한 SSD는 기존 제품보다 속도가 느리고 많은 정보를 교환하면서 수명이 짧아진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반도체 회사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텔에서 최근 출시한 '옵테인 메모리 H10 SSD'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하드디스크보다 정보 처리 속도가 빠르지만, 기존 낸드플래시보다는 느렸던 QLC 낸드 플래시 속도를 올릴 수 있는 옵테인 메모리와 결합하는 시도를 했다”며 “QLC는 처리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들이 지속 개발될 것”이라고 전했다.
QLC 기술은 값비싼 SSD에 부담을 느끼던 일반 소비자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기술이 무르익으면서 앞으로의 용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성능이 개선될수록 일반 사무용 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에서도 정보 저장용으로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전자신문